2024/10 81

구름도 무게가 있다(부분)/ 임종욱

구름도 무게가 있다(부분)    임종욱/ 소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각양각색의 구름이 떠다니는 걸 볼 수 있다. 뭉게구름, 새털구름, 양떼구름, 삿갓구름, 이름도 참 재미있다. 구름은 하늘을 떠다니니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즉 질량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 정말 구름은 무게가 없는 것일까? 구름은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이니    그러니 비를 내리지    당연히 무게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드림'이라는 이름의 채널이었는데, 거기에 따르면 적운형積雲形 구름은 대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킬로미터쯤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부피 안에는 물경 약 500톤의 물방울이 모여 있다고 했다. 이는 A300 같은 점보여객기 1대, 아프리카 ..

한 줄 노트 2024.10.15

조성환_「김지하의 초기사상」 中/ 밥이 하늘입니다 : 김지하

밥이 하늘입니다     김지하(1941-2022, 81세)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갈라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17)     -전문-   ▶김지하의 초기사상/   '신과 혁명의 통일'을 중심으로(발췌)_조성환/ 원광대학교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여기에서 김지하는 밥에 대해서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하나는 "밥은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밥을 먹는 것은 하늘을 영접하는 것(몸속에 모시는 것)"이라는 것이다. "밥은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은 동학 도인들인 서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1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1      정숙자    나비가 다시 알을 낳는다는 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요. 나비가 되기까지는 기지 않으면 안 될 단애가 기다리고 있는 까닭입니다. ···날개는 아마도 눈물의 흔적일 것입니다. ···왜 꼭 애벌레 속에 숨겨진 것일ᄁᆞ요. 신의 선물인 새 옷을 펴보기도 전에 부리에 먹혀버린 여한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 수자령 나비들이 저에게는 가장 안 잊히는 ᄂᆞ비입니다. (1991. 1. 3.)                       거실 한가득 햇빛이 쏟아집니다. 난리라도 난 듯 구석구석 스며듭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자신에게 말 건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빛 조금만 써도 세를 내야만 ᄒᆞ죠. 꼼짝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태양의 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음입니다.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1/ 정숙자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1      정숙자    나비가 다시 알을 낳는다는 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요. 나비가 되기까지는 기지 않으면 안 될 단애가 기다리고 있는 까닭입니다. ···날개는 아마도 눈물의 흔적일 것입니다. ···왜 꼭 애벌레 속에 숨겨진 것일ᄁᆞ요. 신의 선물인 새 옷을 펴보기도 전에 부리에 먹혀버린 여한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 수자령 나비들이 저에게는 가장 안 잊히는 ᄂᆞ비입니다. (1991. 1. 3.)                        거실 한가득 햇빛이 쏟아집니다. 난리라도 난 듯 구석구석 스며듭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자신에게 말 건넵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빛 조금만 써도 세를 내야만 ᄒᆞ죠. 꼼짝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태양의 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음입니다.  ..

윤개나무/ 김영자

윤개나무      김영자    꽃숭어리 숭어리 휘어진 나무는  온몸이 꽃이어서 슬퍼 보였어요   간밤 내내 울부짖던 바람소리와  구름처럼 피어오른 꽃의 무게와  깡마른 몸을 휘어 감고 핀  꽃무더기의 가뿐 숨소리 때문   어머니 허리처럼 휘어진  낯선 나무의 안부가 밤 내 궁금했어요   어둠속 폭풍우에 쓰러졌거나 꺾였을  움푹 파인 앙상한 뼈마디로  절박한 무서움 이겨내고   한 움큼 새벽빛을 들고 있다니요  보랏빛 꽃술을 어깨에 걸고 반짝이다니요   보랏빛 좋아하시던 어머니의 몸을 만지듯  나무허리 자꾸만 쓰다듬어 뜨거워지는데  안개나무의 허리가 흔들려요  내 발자국 소리 알아차리고 꿈꾸기 시작해요    -전문(P. 32)   -----------------------  * 『문학 사학 철학』 2024..

카테고리 없음 2024.10.13

복 비가 내리고 있네요/ 태동철

복 비가 내리고 있네요     태동철    자연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절대 평등하다지요  자연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용서가 없다지요  인간, 우리네 삶이 자연이라네요   우리네 삶은 그릇 따라 다르다지요  항아리 옹기, 사발, 종기, 접시  복 비는 그릇 따라 담긴다지요   아 차, 저 항아리 엎어졌네요  에 그, 저 사발 깨졌네요  어 쩜, 저 종기 쓰러지고 있네요  복 비는 옹기에만 찰랑찰랑 넘실대네요   복 비에 목마른 사람은  이노모리 가이츠* 선생님께  여쭈어 보시구려.     -전문(p. 24-25)    * 이노모리 가이츠 : "카르마 경영" 저자이며 경영자    -----------------------  * 『문학 사학 철학』 2024-가을(78)호 에서  * 태동철/ 경기 인천 출생, ..

그들의 묘지에서(전문)/ 김미옥

그들의 묘지에서      김미옥/ 문예비평가    작년 만주  여행길에 윤동주의 묘지를 찾는 일정이 있었다. 그난 나는 무슨 일로 일행을 놓치고 혼자 걸어야 했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눈보라로 길을 잃어버렸다. 바람이 울음소리를 냈는데 장년의 남자들이 내는 곡소리였다. 다행히 나를 찾으러 온 일행이 있어 나는 무사히 그의 묘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찾았던 것은 바로 옆 송몽규의 묘였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중국 길림성의 명동촌에서 같은 해 한 집에서 태어나 같이 자랐다.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같은 죄목으로 재판을 받아 같은 감옥에서 19일 간격으로 옥사했다. 문익환의 『윤동주 평전』에 의하면 동주는 몽규에게 항상 열등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활달했고 뛰어난 문학적 재능이 있..

에세이 한 편 2024.10.12

이성혁_시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을 찾아서(발췌)/ 초록물고기 : 이승희

초록물고기      이승희    연못가 버드나무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몇 마리의 물고기가 툭 툭 놓여났다  공중을 물들이며 스르륵 잠기는 물고기   나는 그것을 하루 종일 바라보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버드나무처럼 웃는데  공중으로도  물속으로도  잘 잠겨들었다  공중과 물속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버드나무는  물속에 잠긴 발등을 오래 바라보며  고요하다  이게 버드나무의 마음이라면   연못 속에도  나뭇잎에서도  물고기들이 태어나고 자란다   어느 저녁  나도 툭 놓여나겠지  밤이 연못 속으로 고이고  물속은 한없이 깊어지고  나를 데려다준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전문, 『맥』 2023년 겨울호   ▶사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을 찾아서(발췌)_이성혁/ 문학..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정숙자    조약돌들이 자수정이나 진주처럼 빛납니다. 축젯날 색종이인 양 나비들이 반짝입니다. 바람이 꿈꾸는지 이따금 풀잎이 흔들립니다. 이 공간에서는 노래 없이도 행복합니다. 저에게 노래란 외로움과 슬픔 달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었음을, ᄀᆞ까스로 깨닫습니다. (1990. 12. 29.)                 불과 30여 년 사이로  저 詩-냇물 흘러가 버리고 말았군요  저곳이 바로 전생이었군요   저 별을 찾아 길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조용히 혼자 열어가면 됩니다   보세요, 조약돌도 나비도  풀잎도 그때 그대로 이따금 흔들립니다   수평적 침묵  수직적 침묵  유영했던 침묵들을   이제 하ᄂᆞ하ᄂᆞ 새롭게 이해하며  돌의 도약에 대해  풀잎의 중첩에 대..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정숙자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정숙자    조약돌들이 자수정이나 진주처럼 빛납니다. 축젯날 색종이인 양 나비들이 반짝입니다. 바람이 꿈꾸는지 이따금 풀잎이 흔들립니다. 이 공간에서는 노래 없이도 행복합니다. 저에게 노래란 외로움과 슬픔 달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었음을, ᄀᆞ까스로 깨닫습니다. (1990. 12. 29.)                 불과 30여 년 사이로  저 詩-냇물 흘러가 버리고 말았군요  저곳이 바로 전생이었군요   저 별을 찾아 길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조용히 혼자 열어가면 됩니다   보세요, 조약돌도 나비도  풀잎도 그때 그대로 이따금 흔들립니다   수평적 침묵  수직적 침묵  유영했던 침묵들을   이제 하ᄂᆞ하ᄂᆞ 새롭게 이해하며  돌의 도약에 대해  풀잎의 중첩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