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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사/ 지주혜

2024. 7. 26./ 금) 인천→ 서안→ 법문사     지주혜/ 동국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티베트-실크로드 돈황 인문학 기행의 첫날 일정은 서안에 도착 후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법문사에서 시작되었다. 법문사는 후한(後漢 147~189, 42년간)의 환제桓帝 · 영제靈帝 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본래 이름은 아육왕사(阿育王寺, 아쇼카왕사)였다. 형제 99명을 살육하고 왕위에 오른 아쇼카는 뒤늦게 이를 참회하며 불교에 귀의한다. 제3차 결집을 후원하는 한편 포교를 위해 부처님이 남긴 사리를 나라 안팎으로 보낸다. 이때 석리방釋利房 등 18명의 스님들은 진신사리 19과를 가지고 험난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으로 향했다. 목숨을 건 여정 끝에 중국에 도착했지만 불법이 꽃필 수 있는 여건은 무르익지 않아..

한 줄 노트 2024.10.31

그해 오늘/ 고영민

그해 오늘     고영민    오랜만에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체한 듯 속이 더부룩하다고 하여  약국에 들러 소화제를 사 먹이고  도산공원을 걸었다  그해 오늘 저녁 그녀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깨어나지 못했다   그해 오늘  나는 또 그녀를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를 손에 들고 도산공원을 걷는다  팔을 벌려 오늘의 냄새를 껴안는다   납골당에 다녀온 조카가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다    1주기야,  크고 뚱뚱한 엄마가  어떻게 저 작은 항아리 속에 들어간 걸까 ㅎ   동의 없이 무언가를 빼앗긴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해 오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의 마지막 개체인  '외로운 조지(Lonesome George)'가 죽었고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은 수영으로  대한해협을 건넜다  ..

도마의 전설 외 1편/ 황정산

도마의 전설 외 1편     황정산    단풍나무로 만든 도마가 있었다  백정 무태의 도마였다  크기와 무게와 그 견고함으로  단연 도마의 왕이었다  수많은 칼질에 피와 살이 파고들어  이것으로 모진 학대를 견딜 수 있었다  행주산성 전투에서 도마는 성벽 위에 올려져   잠시 방패가 되었다  조총 탄환이 박히고 불에 그을렸지만  아직 쓸 만한 도마는 다시 칼을 받았다   오랜 세월 후  갈라지고 부스러져 옹이 부분만 남은 도마는  고임목이 되어 창고 문틀을 받치고 있었다  한 떼의 동학군이 관아를 습격하다  석화되어 단단해진 이 목재를 발견하고  공들여 깎고 기름에 튀겨 화승대 총알을 만들었다  도마가 이제 피와 살을 파고들었다   도마는 없다  박물관에도 역사책에도  도마는 보이지 않는다  도마들은 남..

블랙맘바/ 황정산

블랙맘바      황정산    돈다발 사이에서 너를 만났다  악당 빌을 죽이는 영화에서였다  뱀을 좋아하던 시절이었다  권법보다 칼보다 더 민첩하고 예리하게  눈먼 것들을 죽이고 있었다   주)  블랙맘바는 아프리카에 사는 독사이다  맹독을 가진 이 뱀은 아주 빠르기도 해서  치타를 뒤쫓아가 물어 죽인다고 한다  아프리카 사지의 개체수가 줄어든 것도 이 뱀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계에 보고된 사실은 아직 없다   코끼리를 물어 죽이고 먹지 않는  정의를 위해서 눈을 어둡게 칠한  검은 입속에 희생자의 공포를 감춘  우리는 모두  잽싸거나 치명적이거나     -전문-   해설> 한 문장: "블랙맘바"는 알다시피 맹독을 지닌 눈과 입만 검은색을 띤 코브라과 뱀으로 잽싸고 사납기로 유명하다. 영화 『킬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