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平 박형준 석유를 먹고 온몸에 수포가 잡혔다. 옴팍집에 살던 때였다. 아버지 등에 업혀 캄캄한 빈 들판을 달리고 있었다. 읍내의 병원은 멀어, 겨울바람이 수수깡 속처럼 울었다. 들판의 어디쯤에서였을까, 아버지는 나를 둥근 돌 위에 얹어놓고 목의 땀을 씻어내리고 있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그 풍경을 실제라고 믿고 살았다. 삶이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들판에 솟아 있는 흰 돌을 빈 터처럼 간직하며 견뎠다. 마흔을 앞에 두고 나는 이제 그것이, 네 환각이 만들어낸 도피처라는 것을 안다. 달빛에 바쳐진 아이라고, 끝없는 들판에서 나는 아버지를 이야기 속에 가둬 내 설화를 창조하였다. 호롱불에 위험하게 흔들리던 옴팍집 흙벽에는 석유처럼 家系가 속절없이 타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