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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개나무/ 김영자

검지 정숙자 2024. 10. 13. 02:05

   

    윤개나무

 

     김영자

 

 

  꽃숭어리 숭어리 휘어진 나무는

  온몸이 꽃이어서 슬퍼 보였어요

 

  간밤 내내 울부짖던 바람소리와

  구름처럼 피어오른 꽃의 무게와

  깡마른 몸을 휘어 감고 핀

  꽃무더기의 가뿐 숨소리 때문

 

  어머니 허리처럼 휘어진

  낯선 나무의 안부가 밤 내 궁금했어요

 

  어둠속 폭풍우에 쓰러졌거나 꺾였을

  움푹 파인 앙상한 뼈마디로

  절박한 무서움 이겨내고

 

  한 움큼 새벽빛을 들고 있다니요

  보랏빛 꽃술을 어깨에 걸고 반짝이다니요

 

  보랏빛 좋아하시던 어머니의 몸을 만지듯

  나무허리 자꾸만 쓰다듬어 뜨거워지는데

  안개나무의 허리가 흔들려요

  내 발자국 소리 알아차리고 꿈꾸기 시작해요

    -전문(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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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사학 철학』 2024-가을(78) <문학_가을 특집 8인 시선>에서

  * 김영자/ 1997『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양파의 날개』『낙타뼈에 뜬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