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개나무
김영자
꽃숭어리 숭어리 휘어진 나무는
온몸이 꽃이어서 슬퍼 보였어요
간밤 내내 울부짖던 바람소리와
구름처럼 피어오른 꽃의 무게와
깡마른 몸을 휘어 감고 핀
꽃무더기의 가뿐 숨소리 때문
어머니 허리처럼 휘어진
낯선 나무의 안부가 밤 내 궁금했어요
어둠속 폭풍우에 쓰러졌거나 꺾였을
움푹 파인 앙상한 뼈마디로
절박한 무서움 이겨내고
한 움큼 새벽빛을 들고 있다니요
보랏빛 꽃술을 어깨에 걸고 반짝이다니요
보랏빛 좋아하시던 어머니의 몸을 만지듯
나무허리 자꾸만 쓰다듬어 뜨거워지는데
안개나무의 허리가 흔들려요
내 발자국 소리 알아차리고 꿈꾸기 시작해요
-전문(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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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사학 철학』 2024-가을(78)호 <문학_가을 특집 8인 시선>에서
* 김영자/ 1997년『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양파의 날개』『낙타뼈에 뜬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