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하늘입니다
김지하(1941-2022, 81세)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갈라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17)
-전문-
▶김지하의 초기사상/ '신과 혁명의 통일'을 중심으로(발췌)_조성환/ 원광대학교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여기에서 김지하는 밥에 대해서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하나는 "밥은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밥을 먹는 것은 하늘을 영접하는 것(몸속에 모시는 것)"이라는 것이다. "밥은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은 동학 도인들인 서로 먹을 것을 나눠 먹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연상시킨다. 이것은 '유무상자有無相資'라는 말로 알려져 있는데, 이 표현은 최제우가 활동한 경상도 지역의 유학자들이 1863년에 발신한 '동학배척통문東學排斥通文에 나온다.18) 한편 "밥을 먹는 것은 하늘을 영접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최제우와 최시형의 동학사상을 김지하가 독특하게 해석한 것으로 추측된다.
최제우는 『용담유사』에서 "일일 시시(=매일 매끼) 먹는 음식, 성경誠敬 이자二字 지켜내어"19)라고 노래했다. 여기에서 최제우는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을 하늘처럼 공경해야 한다"고 설파라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 "음식은 하늘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또한 최시형은 포식자외 피식자의 관계를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의미의"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는 말로 간결하게 나타냈다. "이천식천"은 알기 쉽게 말하면, "무언가를 먹는 것은 생명 에너지의 교환이다"는 사상이다. 가령 내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에 있는 생명에너지가 나에게 이동하고 그 에너지의 힘으로 나는 활동을 하고 일을 한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죽으면 나의 에너지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그들의 먹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사이클을 최시형은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서 하늘은 '생명력의 존귀함을 나타내고 있다. 김지하가 밥을 먹는 것을 "하늘을 모시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와 같은 최시형의 "이천식천" 사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p. 시 221-222 / 론222-223)
18) 김지하, 『불귀』, 40쪽
19) 최승희, 「서원(유림)세력 동학배척운동: 1863년 동학배척운동 분석」,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후기 사회신분사 연구』, 지식산업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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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註
수운 최제우 1824-1864, (40세, 효수형), 동학의 창시자
해월 최시형 1827-1898, (71세, 교수형), 동학의 제2대 교주
의암 손병희 1861-1922, (61세, 병보석으로 출옥 후 별) 동학의 제3대 교주
전봉준(별명:녹두장군):1855-1895, (40세 교수형), 조선 후기 동학 농민운동의 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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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사학 철학』 2024-가을(78)호 <종교/ 김지하의 초기사상>에서
* 김지하/ 9141년 전남 목포 출생, 1961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가담-첫 옥고를 치름, 196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69년 『시인詩人』 誌에 「황톳길」등 5편 발표하며 등단, 시집『황토』『타는 목마름으로』『남南』『살림』『애린 1, 2』『검은 산 하얀 방』『이 가문 날에 비구름』『나의 어머니』『별밭을 우러르며』『중심의 괴로움』『화개』『유목과 은둔』『비단길』『새벽강』『못난 시김새』, 저서『밥』『남녘땅 뱃노래』『흰 그늘의 길 1, 2, 3』『생명학 1, 2』『김지하의 화두』『탈춤의 민족미학』『생명과 평화의 길』『디지털 생태학』『오적』등이 있음//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 국제시인회의 위대한시인상, 크라이스키 인권상, 이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공초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청마문학상 등 수상, 2022년 작고.
* 조성환/ 한국근대사상과 지구인문학 연구자, 저서『한국 근대의 탄생-개화에서 개벽으로』(모시는 사람들, 2018),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퇴계· 다산· 동학의 하늘철학』(소나무, 2021), 『K사상사: 기후변화시대 철학의 전환』(다른백년, 2022) 『한국의 철학자들』(모시는사람들, 2023), 역서『하늘은 하나의 철학이다』(모시는 사람들, 2017), 공역『인류세의 철학』(모시는 사람들, 2022) 등. 현)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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