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 서정주 序 小雅 鄭淑子여사의 시를 읽으면 前代와 現代가 따로 없는 것을 느낀다. 申師任堂이니 許蘭雪軒이니 黃眞伊니 하는 그런 과거의 女流詩人들은 죽어버린 것이 아니라, 다시 現代에서도 살아 鄭 여사의 詩句 속에 들어가 鄭 여사와 함께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내게는 따분..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그대/ 정숙자 그대 정숙자 그대 다정한 말씀 있으면 나는 묻힌대도 행복하겠네 그대 다정한 미소 있으면 나는 맨발로도 언길 가겠네 그대 다정한 마음 있으면 나는 눈 멀어도 꽃을 보겠네.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둘러보면 아무도 없지요마는/ 정숙자 둘러보면 아무도 없지요마는 정숙자 둘러보면 아무도 없지요마는 서늘한 공기가 임이시지요 난초 분(盆) 하나 마음 맺으며 미동도 없이 걷는 겨울밤 외로움을 아파할 적엔 이런 밤이 얼마나 길었던지요 찬란한 은하계도 슬퍼 보이고 모든 길 굽이굽이 혼미한 물살 그러한 날엔 보름달마..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임을 뵈옵기 위해서라면/ 정숙자 임을 뵈옵기 위해서라면 정숙자 임을 뵈옵기 위해서라면 버리지 못할 것 없으오나 임께 가는 길 아니오면 한 걸음 반 걸음도 아끼리이다 태양은 우주에 놓였음에도 날마다 한 길로 이울고 뜨고 달 또한 눈썹같이 여위면서도 다소곳이 외길 걷지 아니합니까 그럼에도 그 빛은 덜하지 않고..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모든 기억 잊게 되어도/ 정숙자 모든 기억 잊게 되어도 정숙자 모든 기억 잊게 되어도 한 모습 제게 남겨 주셔요 모든 희망 잃게 되어도 한 긋 꿈 제게 남겨 주셔요 가을잎 눈 속에 삭아든대도 뿌리 속에 새잎 들어 있듯이 가을열매 흙 속에 묻혀든대도 씨앗 속에 새 열매 들어 있듯이 혹은 태양 뒤 달과도 같은 혹은 달님..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풀어도 풀어도 슬픔의 실은/ 정숙자 풀어도 풀어도 슬픔의 실은 정숙자 풀어도 풀어도 슬픔의 실은 바위ㅅ골 안개처럼 감기웁니다 들킬세라 지운 눈물들 뉘도 모르게 폭포에 들고 바람에 섞어 보낸 한숨은 먼바다 파도에 휩쓸립니다 한 영혼이 고독으로 짜야 할 베는 그 길이가 몇 필이나 되오리이까 뜬구름 모두어 목화 삼..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구름에 업혀가는 달 얼굴이/ 정숙자 구름에 업혀 가는 달 얼굴이 정숙자 구름에 업혀 가는 달 얼굴이 오늘따라 더없이 고와 보여요 그리고 그리던 환상의 임 선가(仙家)의 수레 빌려 오신 듯 초봄 진달래 마른 가지는 메이는 기쁨으로 꽃눈을 뜨고 정겨운 그 해후 우러러보며 천 강물 만 개울도 찬미의 노래 끝없는 별숲 조용..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기다림만이 길이옵기에/ 정숙자 기다림만이 길이옵기에 정숙자 기다림만이 길이옵기에 난(蘭)처럼 일어서다 숙이옵니다 감고서야 더 잘 뵈는 임의 모습 때로는 메꽃 모양 언덕에 피고 때로는 심산 두루미되어 신선(神仙)처럼 수려한 자태 날마다 걷는 시오리 길 첩첩 고비 놓였사오나 아침 이슬에 발목을 씻고 저녁 강..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또 하나 외로움 담을 넘어와/ 정숙자 또 하나 외로움 담을 넘어와 정숙자 또 하나 외로움 담을 넘어와 지른 듯한 절벽을 만드옵니다 피에 절이는 침묵의 흔적 꽃망울로 펼치기까지 제 몸은 연옥 불더미 속 관솔 같은 땔감으로 던져지리다 임을 향한 작은 영혼에 무참히도 연이어 꽂히는 시샘 그 중 어느 화살 하나를 눈물 없..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말씀 못 이뤄도 아시겠지요/ 정숙자 말씀 못 이뤄도 아시겠지요 정숙자 말씀 못 이뤄도 아시겠지요 혼자서 고즈넉이 마음 닦으면 제비꽃 또는 모란꽃처럼 그 안에 뉘 모습 어리우는지 황홀의 둘레 이루며 깨며 보랏빛 또는 선홍빛으로 울에도 들에도 놓으신 향내, 피었다 지고 지고는 피고 열 길 물 속 만 리 하늘 메우고도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