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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무덤'이자, 붓다의 '진신'/ 강소연

붓다의 '무덤'이자, 붓다의 '진신'      - 강소연의 한국미술 통론: 【3】 통일신라 시대_탑이란 무엇인가(1)     강소연/ 중앙승가대학교수(문화재학)    '탑'이란 용어의 어원은 '스투파'에서 유래한다. 스투파는 석가모니 붓다가 열반에 들자, 그 몸체를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모시는 분묘이다. 이 분묘를 (옛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스투파'라고 한다. 이것이 중국의 한자 문화권으로 전파되면서 '탑파'로 불렸고, 다시 탑파를 줄여서 '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즉, 탑이란 붓다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조성된 조형물이다. 이 유골을 '진신 사리'라고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천년 불교 국가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줄기차게 탑을 세웠다. 즉 '탑이 있는 곳'은 '부처님이 있는 곳'이라는 말..

한 줄 노트 2024.10.25

혼자 돌아와야 하는 밤처럼 외 1편/ 김병호

혼자 돌아와야 하는 밤처럼 외 1편      김병호    아이가  울음을 참고 있다   이를 앙다물고  주먹을 불끈 쥐고   서둘러 참는 법을 배웠는지  발목이 가늘다   숨을 데가 없는 자정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모른 채   나를 업고 가는 아이는  얼굴이 없다   함부로 길들여진 저를  까맣게 잊는 일처럼   아이가  늙는다   아직 더 가난해질 게 남은 듯  깊이 구부린 아이가   나는   오래오래 무섭다    -전문(p. 100-101)      ---------------------------------   강릉 아니면 여수쯤    기슭도 없는 너울은  어디쯤에서 몸을 벗을까   잘못 왔구나  지구에 태어나는 게 아니었는데   잃어버린 게 뭔지 몰라 막막해하는  오늘은, 신神을 한번 바꿔도 좋..

겨우 하는 일/ 김병호

겨우 하는 일      김병호    우리는 아무 일 없었던 듯 기울어진 담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습니다 무릎을 끌어안고 울먹이는 여자의 맨발을 눈치챈 건 순전히 그늘 탓이었다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뿌리에서 멀수록 울음이 붉다는 걸 당신은 아직 모릅니다   아무 일, 아무 마음이 없다면 함부로 그리워할 텐데, 보고도 못 본 척 도망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듯 덩굴이 담장을 달립니다 당신을 닮아서 멈춰 세우고 싶었습니다 술래가 버리고 간 저 발자국들이 오늘을 닮았으면 하는 마음은, 기운 담장보다 위험합니다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른 채 닳고 닳아 까맣게 저를 버리는 일은 담쟁이가 겨우 하는 일이라고 당신이 말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이 어쩌지도 못해 서성이며 펄럭이며 아득하다가 다시 시드는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