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206

1976년, 화성에 도착한 바이킹 1호는 / 송현지

1976년, 화성에 도착한 바이킹 1호는      송현지/ 문학평론가    1976년, 화성에 도착한 바이킹 1호는 사이도니아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지구에 전송한다. 화성의 표면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기념비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공개된 사진은 곧 논란의 중심에 놓인다. 촬영된 지역의 일부에서 사람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화성 최초 착륙에 성공할 만큼 당시 발전된 과학기술을 증명하는 하나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었을 이 사진은 한순간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목소리들로 뒤덮인다. 이를테면 화성에 고대 이집트와 같은 문명이 있었다거나 외계 생명체가 있다는 등의 소문들. NASA는 이 사진으로 인한 음모론이 가라앉지 않자 시간 간격을 두고 해당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

한 줄 노트 2024.11.25

인천 송학동에는 홍예문이란 터널이 있다 / 김안

인천  송학동에는 홍예문이란 터널이 있다           시집 『귀신의 왕』, 「시인 에세이」에서                 김안     인천  송학동에는 홍예문이란 터널이 있다. 1908년 일본의 공병대가 만든 문으로, 산의 구멍을 뚫었다고 하여 '혈문血門'이라 불렸던 곳이다. 가파른 오르막 정상에 한 대 정도의 차가 오를 수 있는 작은 터널이다. 당시 혈문을 기준으로 일본인 조계와 조선인 거주지가 나뉘어 있었다. 최근 어떤 일을 하다가 1923년 기사 중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았다. 혈문 벽에다 누군가 커다랗게 '수평사원래인기념水平社員來人記念'이라 낙서를 해놓았다는 것. '수평사水平社'는 일본의 최하층민인 부라쿠민部落民 해방운동을 위해 1922년 설립된 단체이다. 수평사의 창립선언문은 ..

한 줄 노트 2024.11.22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2(부분)/ 테러 유감 : 이현승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2 (부분)        이현승         테러 유감     빌런과 악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 가 보자. 앞(지난 연재)에서 「삼체」의 세계관이 삼체식의 영웅상을 만들었는데, 거기에는 군인, 전술 지도자, 그리고 물리학자가 포함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인류의 운명을 군인과 물리학자가 결정한다는 것은 군인과 물리학이 최종적인 지혜여서가 아니라, 인류가 처한 상황이 종말이고 절체절명의 싸움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고, 무엇보다 삼체가 SF 장르여서 만들어진 기울기일 것이다. 과학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휴머니즘과 창의성으로 인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하고 있는 현실이니까.  지금까지는 세계성에 대한 언표가 주로 문학과 철학자들을 통해서..

한 줄 노트 2024.11.21

법문사/ 지주혜

2024. 7. 26./ 금) 인천→ 서안→ 법문사     지주혜/ 동국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티베트-실크로드 돈황 인문학 기행의 첫날 일정은 서안에 도착 후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법문사에서 시작되었다. 법문사는 후한(後漢 147~189, 42년간)의 환제桓帝 · 영제靈帝 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본래 이름은 아육왕사(阿育王寺, 아쇼카왕사)였다. 형제 99명을 살육하고 왕위에 오른 아쇼카는 뒤늦게 이를 참회하며 불교에 귀의한다. 제3차 결집을 후원하는 한편 포교를 위해 부처님이 남긴 사리를 나라 안팎으로 보낸다. 이때 석리방釋利房 등 18명의 스님들은 진신사리 19과를 가지고 험난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으로 향했다. 목숨을 건 여정 끝에 중국에 도착했지만 불법이 꽃필 수 있는 여건은 무르익지 않아..

한 줄 노트 2024.10.31

위대한 유언, '나를 화장하라!'/ 강소연

위대한 유언, '나를 화장하라!'     강소연/ 동국대 징계위원회 위원    경주에 가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오는 엄청나게 큰 반구형 왕릉들이 인상적이다. 옛 왕경의 중심이었던 황룡사지의 서쪽 방향으로 약 150여 개가 넘는 거대한 왕릉들이 즐비하다. 대릉원(황남대총, 천마총, 미추왕릉 등)을 비롯하여 금관총과 봉황대 등의 고분군은 역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고분의 크기를 보면, 길이(또는 지름)가 20-30미터에 높이는 8-12미터의 보통 크기가 있는가 하면, 길이가 120미터에 높이가 24미터에 달하는 황남대총과 같은 초대형 고분도 있다.(도판 15) 왕릉에서는 왕의 시신을 장식하였던 금관, 허리띠, 칼, 관모, 신발, 귀걸이 등 다채로운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덤 내부를 관람할 수 있게 공개해 ..

한 줄 노트 2024.10.29

탑과 호국 신앙/ 강소연

탑과 호국 신앙     강소연/ 조계종 성보문화재 위원    "나는 죽은 뒤에도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어 불교를 받들고 국가를 수호하리라. " 삼국통일의 업적을 이룩한 문무왕이 살아생전 입버릇처럼 하였던 말이다. 그는 왜구 출몰 지역인 감포 해변에 절을 짓고 나라를 지키는 상징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절이 완공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그의 유언대로 그의 유골은 감포 앞바다의 작은 바위섬(대왕암)에 뿌려졌다.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왕의 뜻을 이어받아 절을 완공하고 '감은사'라고 이름 지었다. 감은사의 본래 이름은 '진국사鎭國寺'였다. '진국'이란 '진호국가鎭護國家'의 줄임말로 '적을 진압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다. (p. 240) ---------------------------- * 『문학 사학 철학..

한 줄 노트 2024.10.29

나라의 가장 귀중한 보물/ 강소연

나라의 가장 귀중한 보물     강소연/ 문화재청 전문위원    석가모니 붓다는 그의 마지막 유언으로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자신과 법을 등불로 삼아라, 또는 스스로 법을 밝혀라)'라고 하셨다. 그러나, 무명 속 중생은 끊임없이 외부에서 의지처를 찾아 헤맨다. 붓다는 제자들에게 '법에 의지하라'고 당부하였건만, 위대한 스승님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에, 추모의 물결이 일어난다. 그리고 너도나도 붓다의 유골을 마치 붓다의 생신生身인 양 모시기 위해, 싸움마저 일어날 조짐이 생겨났다. 주변의 각 나라들은 붓다의 사리를 서로 가져가려고 앞다투었는데 이를 '사리 분쟁'이라고도 일컫는다.  고대 인도의 아소카왕은 붓다의 사리를 각 지역마다 나누어 8만 4천 개의 탑을 조성하는 업적을 남겼다고 전한다. 붓다의..

한 줄 노트 2024.10.26

붓다의 '무덤'이자, 붓다의 '진신'/ 강소연

붓다의 '무덤'이자, 붓다의 '진신'      - 강소연의 한국미술 통론: 【3】 통일신라 시대_탑이란 무엇인가(1)     강소연/ 중앙승가대학교수(문화재학)    '탑'이란 용어의 어원은 '스투파'에서 유래한다. 스투파는 석가모니 붓다가 열반에 들자, 그 몸체를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모시는 분묘이다. 이 분묘를 (옛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스투파'라고 한다. 이것이 중국의 한자 문화권으로 전파되면서 '탑파'로 불렸고, 다시 탑파를 줄여서 '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즉, 탑이란 붓다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조성된 조형물이다. 이 유골을 '진신 사리'라고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천년 불교 국가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줄기차게 탑을 세웠다. 즉 '탑이 있는 곳'은 '부처님이 있는 곳'이라는 말..

한 줄 노트 2024.10.25

변화는 언제 일어나는가?/ 권오민

변화는 언제 일어나는가?       - 『성유식론』 다시 읽기 (11)       권오민/ 불교학자     먼저 세상에 출현한 모든 것有爲諸行이 무상한 것, 변화하는 것이라면, 변화는 언제 일어나는가? 특정의 시간, 예컨대 매일 밤 12시, 자명종이 '땡'하고 울리는 그 순간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섣달 그믐날 밤 11시 59분 59초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세기말이나 새로운 밀레니엄 직전에 일어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시간의 최소단위가 찰나라면, 찰나마다 일어난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변화가 전후의 상태가 바뀌고 달라지는 것이라면 세계(혹은 사물)는 찰나마다 그러한 것이라고, 생성 · 소멸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생성하는 찰나와 소멸하는 찰나마저 동일 찰나라고..

한 줄 노트 2024.10.24

불교는 업설에 근거한 인과설을···/ 고영섭

불교는 업설에 근거한 인과설을···      고영섭    불교는 업설에 근거한 인과설을 철학의 근간으로 삼는다. 업설은 행위의 주체인 업을 세계 변화의 원동력으로 보는 관점이다. 업설은 행위의 주체인 업을 세계 변화의 원동력으로 보는 관점이다. 좋은 종자가 좋은 열매를 맺듯이 좋은 행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인과설은 단선적인 인과설과 상호적인 인과설이 있다. 이 때문에 인과설에 기초한 업설은 쌍무적이고 수평적일 때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유교의 효제충신이 한대 이후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효충 개념으로 좁혀진 것과 달리 불교는 처음부터 쌍무적이고 수평적긴 인과설을 제시했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면 부모도 자식을 돌봐야 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낳았다는 유교적 관점과 달리 불교적 관..

한 줄 노트 20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