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3

마스크 1학년/ 김양아

마스크 1학년     김양아    1학년 한율이가 일주일에 두 번 학교 가는 날  엄마와 둘이 집에 남아 심심했던 서율이  오빠가 돌아오면 달려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게임도 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같이 놀아요   한율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교실 가는 목요일  등에 이름이 쓰여진 노란 유니폼을 입었어요  서율이도 따라간다고 현관 앞에 서 있네요   아이들은 공을 몰아 훌라후프 안에 넣기도 하고  팀을 나눠 인조잔디에서 경기도 합니다  따라온 가족들은 그물벽이 쳐진 곳에서 구경해요  "오빠, 힘내라~" 서율인 응원도 해줍니다  가방을 뒤져 물도 마시고 해바라기 초코씨앗도 꺼내 먹어요  엄마는 얼른 다시 마스크를 씌워줍니다  언니 오빠들도 마스크 쓴 채 땀 흘리며 운동을 해요   오랜만에 밖에 나와 걸어오는 길..

새와 유리벽 외 1편/ 김양아

새와 유리벽 외 1편      김양아    가을비 내리는 오후  카페 유리문 곁에 종이비행기처럼  작은 새 한 마리 떨어져 있다   건물 통유리 창에 가로 세로로  쭉 찍혀 있는 하얀 점 혹은 무늬의  그 멈춤 신호를 놓쳐버린 그들의 깃털들  수많은 방음벽이나 커다란 유리창 아래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경계 없는 그들의 길을 가로막는 건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벽   어쩌면 비를 피해 날아가던  이 한 줌 온기도 투명한 유리벽이  시간의 끝이었다   채 접히지 못한 날개  하염없이 젖는 채로     -전문(p. 51)      ------------------------     창문하다    포르투갈에는   창문하다janelar라는 단어가 있다  그래서일까 페소아의 『불안의 서』에는  창문턱에서 따로..

간격/ 김양아

간격     김양아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 들고 서둘러 가도 이미  너는 자박자박 빗속을 걸어갔을 텐데   제때 닿지 못하는 시간과 거리가 있다  어찌할 수 없어 다만 안절부절못하는  고스란히 마음 젖는 것 외엔 달리 방법 없는   뭐든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마음뿐인,  해줄 수 없음으로 자주 절망한다   네게로 향한 징검다리를 건너며  수시로 미끄러지는 나는  늘 시리게 발을 적신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짧은 시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많은 말을 절제하고, 객관화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살다보면 이 세상엔 "제때 닿지 못하는 시간과 거리가 있"어 "뭐든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마음뿐인,/ 해줄 수 없음으로 자주 절망"하는 순간순간을 맞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