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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속의 집 외 1편/ 이미숙

집 속의 집 외 1편      이미숙    나나니벌 일가  안방 바깥쪽 발코니에 흙집 한 채 지었다  계약서 한 장 주고받은 적 없는데  아예 살림을 차린 모양새다   월세라도 지불하듯 창틀에 꼬깃꼬깃  때 묻은 단풍잎 지폐 몇 장   앞뒤 없이 망치부터 들어보지만  빠듯이 몸 들고 날 문 두 짝  마치 깊고 검은 눈 같아서  그 눈빛 비루하지 않고  너무도 당당해서 순간   삼 층 높이까지 진흙을 물고 와  이토록 단단한 집을 지은 것이나  어찌어찌 우리 식구들  이 집 장만하여 모여 살기까지  가상한 노력들이 교차해 떠오르는 것이다   슬그머니 망치 든 손을 내린다  세력이 미미해 보이는 바다  갓난아이 주먹만 한 작은 집이라  내 침실 침범해 들여다보고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야   창 하나 사이에 ..

파랑을 얻는 법/ 이미숙

파랑을 얻는 법      이미숙    인디고풀 베어  꼬박 하루를 물에 담가 두었다가  무람없는 발길질로  파랑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세 살 아이도  등 굽은 노인도  물속에 종아리를 담근다   커다란 구리 솥에서  깨어나 끓고 있는 것은  물속 가라앉은 하늘과  모르포나비 뗴의 날갯짓   맞춤한 틀에 나누어 붓고  기다리다 마음 굳히면  마침내 파랑이다   누구나 침울해질 때 있어  골똘히 하나의 색을 바라보면  욕망의 잎사귀도 함께 일렁여   블루데님 블루보틀커피 성모리아의 길고 낙낙한 겉옷 이브 클라인의 그림 한 점 파라오의 머리카락   어지러워라,  너는 무엇을 걷어차서  파랑을 얻는가     -전문-   해설> 한 문장: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시스템은 기의 없는 기표들의 무한한 증식에 따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