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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업설에 근거한 인과설을···/ 고영섭

불교는 업설에 근거한 인과설을···      고영섭    불교는 업설에 근거한 인과설을 철학의 근간으로 삼는다. 업설은 행위의 주체인 업을 세계 변화의 원동력으로 보는 관점이다. 업설은 행위의 주체인 업을 세계 변화의 원동력으로 보는 관점이다. 좋은 종자가 좋은 열매를 맺듯이 좋은 행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 인과설은 단선적인 인과설과 상호적인 인과설이 있다. 이 때문에 인과설에 기초한 업설은 쌍무적이고 수평적일 때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유교의 효제충신이 한대 이후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효충 개념으로 좁혀진 것과 달리 불교는 처음부터 쌍무적이고 수평적긴 인과설을 제시했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면 부모도 자식을 돌봐야 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낳았다는 유교적 관점과 달리 불교적 관..

한 줄 노트 2024.10.23

저글링Juggling처럼/ 박재화

저글링Juggling처럼      박재화    안절부절못하는 소년을 바라보며, 고창증* 걸린 황소의 눈망울이 그렁그렁하다   가발 쓴 아이에게 자전거타기 가르치는 젊은 아버지, 안간힘으로 햇살 감기는 뒷바퀴를 잡아당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누가 입대라도 하는지 가로등이 골목을 그러안고 끔벅거린다   저 함박꽃 언제 화엄세계를 이루었나 엊그제도 가지 끝에 찬바람만 비틀댔는데   시드볼트***에선 언젠가인지 모를 언젠가를 기다리며 거처 잃은 씨앗들이 가면假眠의 밤을 보내고 있다   죽음이 일상이고 삶은 비정상이라고 TV에서 안경을 손에 쥔 법의학자가 일갈하는 밤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 한 몸 안길 수 있는 곳이라면 그 깊은 속으로 무장무장 걸어 들어가는 거다 새벽이 새떼를 ..

시(詩)후기/ 김경수

詩후기     김경수    어설픈 꽃이며 싱거운 눈물이며 뜨뜻미지근 사랑이었던   나의 시를 땅속에 묻어버릴까도 했다  그날은 비가 내렸고 앞산에는 비안개마저 흐린 시야를  더욱 어둡게 했으며  서러운 알몸은, 흩뿌린 청강수 눈물에 점점이 녹아들고  아픔이 왔다  혼돈의 시대에 혼돈할 수 없음의 죄의 대가로  살과 뼈를 녹이는 아픔은 황홀, 그것이었다  양귀비 꽃대에 얼굴을 묻었다  꿋꿋하게  버림받은 살과 뼈가 용해되어 한 치의 공간도 차지할 수 없을 때,  확인하라,  땅속으로 스며든 내 살과 뼈가 최초의 자양분으로 버려진 씨앗을 싹 틔움을   새롭게 부여된 공간을 거느리고 메아리진 상두꾼 요령 소리에 귀 기울임을     -전문(p. 48)  ---------------------- * 『미네르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