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무게가 있다(부분)
임종욱/ 소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각양각색의 구름이 떠다니는 걸 볼 수 있다. 뭉게구름, 새털구름, 양떼구름, 삿갓구름, 이름도 참 재미있다. 구름은 하늘을 떠다니니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즉 질량이 없다는 말이다. 그럼 정말 구름은 무게가 없는 것일까? 구름은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이니 그러니 비를 내리지 당연히 무게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드림'이라는 이름의 채널이었는데, 거기에 따르면 적운형積雲形 구름은 대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킬로미터쯤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부피 안에는 물경 약 500톤의 물방울이 모여 있다고 했다. 이는 A300 같은 점보여객기 1대, 아프리카 코끼리 약 1백 마리, 거대 용각류 아파토사우르스 약 300마리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무게라는 것이다. 세상에! 하늘에 뜬 구름이 비행기며 코끼리, 공룡이었다니 (p. 41)
나는 내심 놀랐다. 구름을 이룬 물방울 하나는 정말 미미한 존재다. 그러나 그런 물방울이 모이면 500톤도 우습게 달성하다니, 티끌 모아 태산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러나 그런 힘과 무게는 물방울이 모였을 때나 가능하다. 다들 잘났다고 뿔뿔이 흩어진다면 그저 사소한 힘없는 물방울 하나에 지나지 못할 것이다. 나와 Stella. 저렇게 멀리 그렇게 오랜 시간 각각의 물방울로 살아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하찮은 생명체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합쳐진다면 그 옛날처럼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겠지. 그런 상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p. 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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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사학 철학』 2024-가을(78)호 <문학/ 단편소설>에서
* 임종욱/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원천석의 시세계를 조명한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 취득, 이후 작가와 화가로 변신, 장편소설『소정묘 파일 1. 2』『1780 열하 1. 2』『황진이는 죽지 않는다』『이상은 왜?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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