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흠 없는 사과가 있었다 외 1편 지관순 한계를 모를 땐 누구나 향기롭지 한번 움켜쥐면 내려놓기 힘든 붉고 아삭한 둥긂이어서 너는 손아귀에 스며들기 좋아하지 다른 속도로 깊어가는 속살에게 애원하기 좋아하지 살금살금 우글거리는 고충을 피해 다니다가 손금 밟히기도 하지 어디서부터 사과입니까 꼭지를 붙들고 꼬치꼬치 캐물으면 하나둘 모여드는 느린 사과 덧칠한 엎질러진 사과 우유부단한 사과 중얼중얼 범람하는 사과 어떻게 실현됩니까 사과는 누군가 중심을 쪼개려고 와락 달려들지 나는 단단히 쥐고 있지 사과에 사활을 건 사과 사흘 안에 부활을 꿈꾸는 사과 둥긂과 와락 사이에 사과나무가 서 있었지 -전문(p. 60-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