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감옥 백연숙 언제 들어왔는지 차고 푸른 달이 거실까지 창살 자국을 찍어 놓았다 달은 언제나 젖은 발이었다 물 마시려고 나오자 뒷걸음질 치는 발자국들 가느다란 발목을 어루만져 본다 어두울수록 달의 발자국 움푹 파이고 바닥의 물기 마를 새 없는지 달빛은 고양이 자세로 한 발짝 두 발짝 우아한데 환하게 불 켜진 거실에서 물 마시다 말고 스위치를 내린다 저편 어둠 속에서 보이는, 베란다 창살 감옥에 묶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거실 창문에 맺히는 여자 -전문 (시집『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 2024. 파란) * 中 (p. 266-267) - 좌담: 오은경 · 정재훈(사회) · 전호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