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력 박은정 꽃병의 물이 썩어간다 나는 누웠다 창밖에선 날카로운 감탄사들이 들려온다 오토바이 시동 소리가 퍼지고 개들은 더위 속에서 조금씩 미쳐간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이 폭염 아래서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무엇일까 노래는 한 곡 반복된다 주먹을 쥐면 모든 것들이 빠져나간다, 유년의 침울한 내가 옆에 눕는다 넌 변한 게 없구나 내 오른뺨을 찰싹 때리는 소리, 나의 슬픔은 맞아도 싸다 눈물이 귓속으로 떨어지는 동안 이 방은 안전한 어둠이다 인중에 땀이 맺힌다 눈물이 땀과 뒤섞인다 이 물질은 이제 무엇으로 연동되나 나는 걷고 있었다 부유하고 있었다 어떤 습관과 함께 나는 나로 인정받고 있었다 희미하게 방 안을 맴도는 기억들이 있다 나는 새장에 갇힌 새를 보며 세계의 종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