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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_김정환이라는 시의 국가(발췌)/ 막간: 히페리온, 조금 덜 사소한 참회 : 김정환

中     막간: 히페리온, 조금 덜 사소한 참회      김정환    너무나 행방불명이라서 죽음조차  아마추어 행방불명인  생이 있다.  죽음이 억울하다.  왜냐면 너무나 행방불명이라서  생조차 아마추어 행방불명인  죽음은 없다.  정체성이 불확실한 문제라면  정체성의 불확실을 정체성이 드러내지 않고  정체성의 불확실이 정체성의 불확실로 드러나지 않는다.  정체성의 불확실이 정체성의 불확실로 드러난다.  그런 식으로도 불확실을 입증하거나 입증 받는 대신  정체가 풍성해진다.  신이 원래 없고, 없으므로 신이었지만  신성神性이 내용과 형식과 그 둘의 조화에서   모두 신을 능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비일비재가 능가를 무마하는 어디쯤에서  신의 모양이 정해지고 신이 신인 모양에 비해 아직  괴기스럽고 그..

검은 비둘기 외1편/ 나정욱

검은 비둘기 외1편     나정욱    비둘기가 내려앉는다   그곳은 천사의 자리 그러니까 지금은  비둘기의 자리다  천사처럼 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비둘기  천사가 있다면 지금의 비둘기처럼 조신할 것이다  가만히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비둘기  비둘기는 할 일이 없다  천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필요했던 곳이 이곳 천사의 자리  오늘은 비둘기가 천사처럼 앉아 있다  천사가 있다면 비둘기처럼 울지 않을 것이다  구구구 울지 않아도 세상은 울음에 젖어  비둘기의 울음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했던 곳이 천사의 자리인데 오늘은  그 자리에 비둘기가 앉아 있다  멀리서 보면 날개 접은 그 모습이 천사가 분명하다  앉았던 그 자리에서 날아오르는 순간  천사는 비둘기처럼 사라진다  천사나 날개 가진 것..

니체에게 묻는다/ 나정욱

니체에게 묻는다      나정욱    가족이 뭐냐고  형제가 뭐냐고 형제 중에 동생  동생 중에 여동생이 뭐냐고  사랑에 취약한 니체에게 묻는다  연애가 뭐냐고  철학도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랑이 뭐냐고  사랑에 빠져 사랑에서 헤어나오는 것이 사랑이냐고  사랑에 빠져 사랑에 익사하는 것이 사랑이냐고  평생을 경계했던 동정에 빠져 익사한 니체에게 묻는다  동정은 사랑이냐고  동정은 사랑이 아니냐고  사랑에 빠진 철학자 니체에게 묻는다  사랑하여 미친 당신은 행복하냐고  미친 당신이 그리운 밤 니체에게 묻는다  당신이 사랑한 별은 그 밤의 어떤 별이었느냐고     -전문-   해설> 한 문장: 혼선을 빚게 하는 사랑의 개념은 "사랑에 빠진 철학자 니체"의 맹목적 사랑이 그가 "경계했던 동정에 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