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0 3

김지윤_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선···(발췌)/ 초전의식*의 자서전 : 성기완

초전의식*의 자서전      Autobiography of the transconductive consciousness     성기완    1. 서시     - 20240308금 몽홀   동작들이 느려지며 물 흐르듯  이어진  움직이고 있는 내가 편안히 들뜨면서  가라앉음  이렇게 백지 상태가 되면 안되는데 싶으면서 기분좋게  멍해짐  수면과 의식의 중간이랄 순 없고 의식이 있고  몸이 뇌의 명령을 잘 따르고 있는 상태에서의  잠들 무렵 호수가의  뇌파임  내가 시키는 대로 몸이 활발한데  나른함  이게 그 상태구나 하는 자각  느린 평온의 발열  몽홀의 시간 초입  안에 더 있고 싶은 행복감   지출결의서를 가져와  시로 채웁시다  드문드문   안타까운  집에 와서도 계속되는  짧은 이 지나감의 좋음 ..

무명시인/ 함명춘

무명시인     함명춘    그는 갔다 눈도 추운 듯 호호 손을 불려 내리는 어느 겨울,  가진 것이라곤 푸른 노트와 몇 자루의 연필밖엔 없었던   난 그가 연필을 내려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니, 한 두어 번 부러진 연필을 깎을 때였을까  그가 연필을 들고 있을 때만큼은 언제나  바나나 같은 향기가 손에 와 잡히곤 하였다  그는 마을 어귀 가장 낮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마당엔 유난히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 넣었다, 그러면  나비와 새들이 하늘에서 날아와 읽고 돌아가곤 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시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인기척이라곤 한 장 낙엽 같은 노트를 찢어대는 소리일 뿐  아니,..

김춘식_가볍고 가벼워서 세상의 그 누구도···(발췌)/ 나무늘보 : 함명춘

나무늘보      함명춘    얼마나 무겁고 큰 것을 짊어지고 가기에  저토록 느리게 기어오르는 걸까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으니  가늠조차 할 수 없으니  그건 고뇌일 거다  그래, 지상의 고뇌란 고뇌는 모두 끌어모아  등 위에 짊어지고  나무 꼭대기에 올려 놓으려는 거다  다시는 지상의 그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못하도록  아예 큰 구름 위에  붙들어 매어 두기 위해 기어오르는 거다     -전문-   ▶가볍고 가벼워서 세상의 그 누구도 읽을 수 있는(발췌)_김춘식/ 문학평론가   '나무늘보'의 형상에서 시인의 자기 초상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은 나만의 개인적 견해는 아닐 것이다. '고뇌'를 끌어모아 지상의 그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않게 하는 것. 나무늘보의 느린 행보가 구도자의 그것처럼 보이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