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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김지녀

/ A poem from Korea Kim, Ji-nyeo>     정착     김지녀    노트에 배 안에서 읽은 책의 제목을 적었다  이것이 기록의 전부다  노트는 열려 있고   한 달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이 섬이 나에겐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사하기가 어렵다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해안선이 복잡했다   이 섬으로 들어오는 일은 좋았다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을 간직한  좁고  비천한 골목을 내고  난파 직전의 배처럼 바다에 떠 있는  섬이  이미 있었다는 것이, 나를 일렁이게 했으므로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새가 보이지 않아서  음악과 같았다   한 달이 넘도록 책의 제목만 적힌 노트에 섬, 이라고 적었다  조금 일그러진 모양으로 섬이 커졌다  길어졌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

무고한 사람들/ 유리 탈베(Juri Talvet)

무고한 사람들      유리 탈베(에스토니아, 1945~ )    이 공허한 회랑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케르베로스의 얼굴들이 돌아봅니다.  한 놈은 내 어린 시절의 불빛에 으르렁거리고,  다른 놈은 내 혈통의 슬픈 무덤을 파헤치고  또 한 놈 가장 혐오스런 건, 내 우정과 사랑의 발자취에 코를 갖다 댑니다.  고통 속에 그저 막막할 뿐입니다.  지옥이 여기서 시작합니다  저주받은 자들은 무죄이니 의심하는 자들은  신성한 명령을 외면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타는 육신으로 종잇장을 찢을 권리가 있었으니  믿는 이들은 순수하였으니,  고통스런 자들은 재가 되어 날아올라  영원의 바다를 날아갑니다.  이 지옥, 이 회랑에서 고통받는 이들은 모두 무죄입니다.     -전문(p. 56-57..

외국시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