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조말선 한 가지 고민에 빠진 구멍이 칠흙처럼 까맣다 가지마다 검은 기호를 매달고 벌써 시작하고 있다 내가 고민하는 한 가지도 촛불처럼 일렁이며 타오르는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저 가지도 잉크를 머금고 가지는 가지에 매달려 있어서 도망칠 수 있고 떼쓸 수 있고 탓할 수 있고 갑자기 포기할 수도 있지만 나는 묶여 있지 않아서 도망이 성립되지 않는다 궁리하는 사람처럼 가지의 뺨이 반짝인다 커가는 기호를 애지중지하는 것 같다 밤의 열매란 은밀이고 검정이고 봉합한 흔적이 없고 신중하게 잉크방울을 떨어뜨린다 과장된 기호가 대지에 가까워진다 대지의 과오를 지적하는 두 번째 손가락 같다 여기를 파면 찾고 있던 시체가 나올 거야, 흙에 덮여 있는 발등이 가려워서 해보는 거짓말처럼 모든 가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