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봄날
김혁분
시린 봄날이었다
요양병원 침대 위 아버지는 벚나무를 베고 누워 있었다
침대 위로 흩어진 벚꽃잎
귀 기울여 묻지 않아도
여명 속 코끝을 스치는 온기가 좋았다고 파도처럼 가래가 들썩여도 꽃 보러 가자던 나들이처럼 죽자고 좋았다고
한숨 옆에 누워 있어도 좋았다고 꽃비 흩날리는 추락이라 해도 살아 좋았다고,
이명처럼 맴도는
밭은기침 소리가 멈췄다
떨어지기 위해 매달리는 꽃잎처럼
유리창에 달라붙는 눈
입관 사이 꽃잎이 날렸다
밥은 먹고 다녀라 한 귀로 흘려버린 말이 들썩였다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라 토닥이며 꽃잎이 흩날렸다
무심한 아버지 걸음 따라
벚꽃길이 길게 열리고 있었다
때늦은 저녁이 오고 있었다
-전문(p.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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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4-5월(413)호 <신작특집> 에서
* 김혁분/ 2007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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