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석조전 안희연 그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밤의 석조전. 낮에는 가본 적 있다.모든 것이 매끄럽고 선명했다. 기둥의 수, 창문의 투명도, 호위무사처럼 서 있는 나무의 위치까지도. 낮엔 다 볼 수 있었다. 돌인지 자갈인지 모래인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밤이어야만 했다. 백 년 전의 사람들, 백 년 전의 비, 백 년 전의 쇠락 앞으로 나를 데려간다면 모든 돌은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고. 나는 이 거대한 돌이 말하게 하고 싶었다. 티켓을 끊고 들어간 밤의 석조전은 인공적인 빛에 휩싸여 있었다. 야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밤의 석조전이 감추고 있는 밤의 석조전으로 들어가려면. 눈은 들여다 볼 수 있을 뿐 열지 못한다. 닫을 수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