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숲 외 1편 김자흔 라디오 소리는철따라 숨어버리죠 죽은 나뭇가지는 술렁술렁 열매를 맺고 방랑의 신은 바다에 철벽을 이루었죠 방울 목에 방랑을 걸어준 바람은 노새 꼬리를 잡고 아무도 들지 않는 숲으로 무작정 들어갔답니다 그냥 멈추어 바람을 안을 수 있는 금지된 이유를 이끌어 가려나 봐요 숨은 것도 아니고 안 숨은 것도 아닌 우연은 운명이 될 수도 있거든요 저기 방금 전 숲과 자연 사이에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 방랑이란 숲이 이렇게 사유할 수 있는 단어인 줄 몰랐어요 오는 봄이 추워 우리 집 냉장고가 가난해졌답니다 겨울은 재밌었냐고요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무도 들지 않는 방랑 숲이에요 -전문(p. 3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