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짓것 죄금진 제주에 이주한다는 건 마지막 버스를 놓치는 기분이지요 스스로를 용서하는 느낌 여기선 그 이주민들을 '육짓것'이라 불러요 떠돌이 버릇은 끝내 못 고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집으로 가는 마을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자꾸 본전이 생각나서 노름판을 서성이는 느낌 견딜 수 없다면 다시 육지로 돌아가요 여기서도 직업은 있어야 하고 살림을 살아야 하고, 인맥도 만들어야 하고 불 꺼진 방에서 혼자 늙어갈 노후도 걱정해야죠 바다만 쳐다보고 있어도 될 줄 알았죠 오름의 억새꽃처럼 바람을 이기는 지혜라도 생길 줄 알았죠 육지에선 제주가 좋았고, 제주에선 육지가 그리웠지만 그런 말은 패배 같아서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고요 나침반 같은 거, 이정표 같은 거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