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최백규 컨베이어 위로 구름이 흘렀다 빵과 우유를 삼키다 학교에서 제적되었다는 문자를 읽은 날이었다 그해 나는 자주 침상에서 뒤척였고 여러 공장을 번갈아 다니며 최저임금마저 떼였다 조립과 검수와 포장의 연속이었다 철야 후 공구 골목에서 이따금 쇳소리가 울리고 아침 공기도 적당히 산뜻했다 영화 상영 직후같이 비슷한 표정의 일용직들이 길 건너편으로 흩어지는 모양이 어지러웠다 그 시절에는 다세대주택 창고에 식물처럼 세 들아 살아도 괜찮았다 배가 고프면 수돗물을 마셨고 밑창이 떨어진 신발을 신으면 빗물에 발이 젖어 뿌리부터 썩어 들어갔다 학교에서 제적된 것보다 천장에서 비가 떨어지는 것이 훨씬 큰일이었다 낮이면 식탁 위로 밤이면 이불 위로 쏟아졌다 먹고살기 위해 그곳에서 자고 일어나 다시 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