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6 2

전봉래는 1951년 이른 봄 부산의 '지하다방' '스타'에서/ 정과리

전봉래는 1951년 이른 봄 부산의 '지하다방' '스타'에서(부분)      정과리    전봉래는 1951년 이른 봄 부산의 "지하다방 '스타'에서 페노발비탈 한 병을 먹음으로써 목숨을 끊"었다11). 전봉건의 묘사에 의하면 그 자살은 철저하게 의식적이었다. 전봉래는 약을 먹은 후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원고용지 두 장"의 "유서"를 썼다. 그의 마지막 장면을 아우는 이렇게 증언한다.   첫 장에서는 연필로 쓰여진 글줄기가 내리다지로 곧게 내려갔습니다만 다음 장에서는 옆으로 흐트러지고 기울어지면서 내려갔습니다. 페노발비탈은 수면제이지만 다량을 복용하면 목숨을 앗아가는 독약이 됩니다. 그 독한 약기운이 두 장째부터는 서서히 거의 시력과 연필을 잡은 손의 힘을 빼앗아 가기 시작한 것이 분명합니다.12)   ..

한 줄 노트 2024.08.06

오형엽_종교적 신성과 그로테스크 미학(발췌)/ 기타가 있는 궁전 : 이재훈

기타가 있는 궁전      이재훈    아버지가 기타를 연주하십니다. 나는 아버지의 다리 밑에 누워 있습니다. 기타에서 떨어지는 마른 고독이 목젖을 열게 합니다. 노래를 부릅니다. 말들이 우르르 목덜미로 떨어집니다. 말들이 저 밖으로 퍼지지 못하고 등위로 차오릅니다. 나는 말 위에 떠 있고, 아버지는 저 말 속에 계십니다. 내가 뱉어놓은 검은 말 속에서 기타를 연주하십니다. 말이 진화하면 물이 된다지요. 고도로 단련된 연금술인 셈입니다. 허공에 산화되어 사라지는 말을 만들어냅니다. 그때 비로소 저는 말을 배웠습니다. 내 말은 이미 물이 되었습니다. 물 속에서 기타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버지가 기타를 연주하신 곳은 궁전이었다고 합니다. 그 궁전의 돌계단이 너무 높았지요. 다리가 아파 노래를 불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