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구광렬 뿌리의 무사無事를 위해 그루터기를 살피면 삐쭉 마른 가지 위에 앉았던 이방의 텃새들 후루룩 천장 위로 오르고 밤새 잡풀들 침대 난간을 감아 종교재판을 받는 조수의 손금 같은 잎맥들을 발트해의 칙칙한 늪지대로부터 걷어 올려야먄 한다 비가 빗금을 그으며 내릴 땐 처마가 짧은 내 작은 방에선 침대 모서리를 옮겨도 도굴을 당한 듯한 머릿속이 흥건히 젖어 와 동전을 뎐져 앞뒤를 가리고픈 날엔 그 카드 벨 같은 콜록거림, 대기원 속살을 비집고 멀리 고향 어느 별자리쯔음 쨍해 주길 바란다 예수의 열세 번째 제자를 만나고 돌아오던 날, 꺼질 듯 말 듯 개척교회 십자가가 바랜 셔츠 아래 문신으로 찍히던 날, 보았다 넝쿨 끝에 핀 꽃불 하나, 지구 반 바퀴를 돌고 돌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