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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 필 무렵/ 남길순

나리꽃 필 무렵      남길순    풀이 미쳤다   황소도 아니고  수탉도 아닌  풀이 미치다니   마당 잔디에 뱀이 숨어들어  긴 삽을 들고 엄마가 서성인다  나도 무르게 달려가다가 돌부리에 채어  엎어진다   저게 사내지 계집애냐고,   뱀 꼬리를 잡고  풀밭에 내리치는 무당의 손을 본다   어른들은 모이기만 하면 독한 담배를 피운다  여기저기 미쳐 자빠진 풀이  쓰러져 일어서려 하지 않는다   살이 오른 수탉은  버찌를 주워 먹은 듯 부리와 혀가 까맣다   때죽을 따 던지며 놀다  삼드렁하게 돌로 찧는다   물고기가 하얗게 배를 뒤집으며 떠오른다   나만 모르는 소문이  숲 군데군데  고개를 쳐들고 피어올라 있다    -전문(p. 12-13)  ---------------------  * 사화집 ..

이태준 문학의 산실, 성북동 수연산방/ 남명희(소설가)

이태준 문학의 산실, 성북동 수연산방      남명희/ 소설가    한양도성 북쪽 마을 성북구 성북동은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조선시대에는 시객詩客들이 와서 풍류를 즐겼고, 근대에는 많은 문인들이 모여 살며 창작활동을 펼친 곳이다. 심우장, 수연산방, 최순우옛집 등에는 아직 그들의 삶과 교류의 흔적이 남아 있다.  1933년 성북동에 집을 마련한 이태준은 당호를 '壽硯山房'이라 짓고 김기림 · 이효석 · 박태원 등과 를 결성하여 이곳에서 시와 문학을 논했다.  아름다운 문장의 대가이며 '조선의 모파상'이라 불렸던 이태준(1904~?)은 강원도 철원 태생으로 「달밤」, 「돌다리」, 「황진이」등 많은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으며, 수필집 『무서록』의 작가다. 1940년 간행한 『문장강화』는 지금도 글쓰기 실용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