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 필 무렵 남길순 풀이 미쳤다 황소도 아니고 수탉도 아닌 풀이 미치다니 마당 잔디에 뱀이 숨어들어 긴 삽을 들고 엄마가 서성인다 나도 무르게 달려가다가 돌부리에 채어 엎어진다 저게 사내지 계집애냐고, 뱀 꼬리를 잡고 풀밭에 내리치는 무당의 손을 본다 어른들은 모이기만 하면 독한 담배를 피운다 여기저기 미쳐 자빠진 풀이 쓰러져 일어서려 하지 않는다 살이 오른 수탉은 버찌를 주워 먹은 듯 부리와 혀가 까맣다 때죽을 따 던지며 놀다 삼드렁하게 돌로 찧는다 물고기가 하얗게 배를 뒤집으며 떠오른다 나만 모르는 소문이 숲 군데군데 고개를 쳐들고 피어올라 있다 -전문(p. 12-13) --------------------- * 사화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