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새-곤줄박이 유종인 근처까지만 내려온다밤새 눈물범벅을 만든 사내를 만나러비구니가비구니를 버리려고 겨울 산길을 내려오다가산바람 소리를 듣는다사내가 기다리고 있는 읍내 다방으로 가려다허옇게 잎끝이 마른 산죽山竹 덤불에 웅크린 고라니의 말간 눈빛과 마주친다발목이 부러져 인가에도 기웃거리지 못하고인중이 갈라진 코를 벌름거리며 우는 고라니 때문에비구니는 코앞에 닥친 간이 정류장을 연신 바라만 본다이만하면 됐지, 이만하면 됐어마음에 솟는 붉은 정념을 짙은 회색의 승복으로 가린 그대여 사내는 공연히 차를 식히며 식어가는 차의 일생을 내려다보며자신에게 오고 있을 머리 깎은 애인의 발걸음을 센다 햇살이 비낀 다방 유리창에 날아가는 새 그림자 기척에머리 깎은 애인의 발걸음을 놓치고 얼마쯤 다시 센다이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