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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여, 아우여 외 1편/ 윤효

아우여, 아우여 외 1편      윤효    깊은 산골에  야트막한 오두막 짓고  푸성귀 밥상에  햇볕바라기나 하면서   황토방에 따끈히 누워  문풍지 흔드는 꿈은 저만치 밀쳐두고  호롱불도 끄고  달빛 내리는 소리나 들으면서   좋은 산 좋은 물에  불현듯 기운이 돌아오면  고향 터전 가꾸듯  텃밭도 한 뼘 일구면서   한두 해는  한두 철은  암 투병 핑계로  호사를 누려야 하는데   요즘 세상에 위암이 무슨 큰 병이라고  한 모금 물도 마시지 못하고  차가운 병실에 갇혀  떠나야 했느냐.   아아, 아우여, 나의 아우여.    -전문(p. 76-77)      ---------------------    안목眼目    시인 박목월은  우리나라 여성 중 세 명만 가려 시인으로 추천했다.   허영자 시..

시월/ 윤효

시월     윤효    하늘도  땅도  헐거워지는   나무도  풀도  자꾸 헐거워지는   그 틈으로   언뜻언뜻 스치는  얼굴,   詩月  -전문- 해설> 한 문장: 시집의 표제작인 「시월」은 양가적으로 계절적인 달이면서 시를 쓰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둘은 고독한 계절과 사색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그 본질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기계적인 결합으로 가동된다. 여기서 "하늘도/ 땅도/ 헐거워지는" 그래서  혹은 "나무도/ 풀도/ 자꾸 헐거워지는" 자연의 속도는 빠름으로 이동하지 않고 천천히 생겨났다가 서서히 소멸된다. "그 틈으로" 시인은 "언뜻언뜻 스치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의 실체는 바로 시의 얼굴을 가리거나 막고 있던 상징계에서 실재계라는 '詩月'을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그 틈을 메우고 있던 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