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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구광렬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구광렬    뿌리의 무사無事를 위해 그루터기를 살피면 삐쭉 마른 가지 위에 앉았던 이방의 텃새들 후루룩 천장 위로 오르고 밤새 잡풀들 침대 난간을 감아 종교재판을 받는 조수의 손금 같은 잎맥들을 발트해의 칙칙한 늪지대로부터 걷어 올려야먄 한다   비가 빗금을 그으며 내릴 땐 처마가 짧은 내 작은 방에선 침대 모서리를 옮겨도 도굴을 당한 듯한 머릿속이 흥건히 젖어 와 동전을 뎐져 앞뒤를 가리고픈 날엔 그 카드 벨 같은 콜록거림, 대기원 속살을 비집고 멀리 고향 어느 별자리쯔음 쨍해 주길 바란다     예수의 열세 번째 제자를 만나고 돌아오던 날, 꺼질 듯 말 듯 개척교회 십자가가 바랜 셔츠 아래 문신으로 찍히던 날, 보았다 넝쿨 끝에 핀 꽃불 하나, 지구 반 바퀴를 돌고 돌아오..

박선옥_생가, 카프레세 미켈란젤로를 찾아가다(발췌)/ 자작시 : 미켈란젤로

자작시     미켈란젤로(1475-1564, 89세)    큰 대리석의 부름이 마음을 쉽게 끌고 갔다.  돌 하나에 팔이 나오고, 돌 하나에 다리가 나와  밤 늦게까지 미켈란의 영혼을 붙잡고 있었다.  그건 돌이 아니라 단단한 살점이었다.  금방 산에서 데려온 돌들은 미켈란의 망치질에 잘 순응했다.  불꽃을 튀겨내면서 자신의 살점을 떨어내주는 대리석  오래된 돌일수록 마음을 사로잡아 야망을 더욱 부채질한다.  사람의 늘어나는 주름만큼 돌도 사람을 닮아가는 육신,  그것은 이미 예비된 사람의 환생인 것이다.     -전문-    ▶생가生家, 카프레세 미켈란젤로를 찾아가다(발췌) _박선옥/ 시인  미켈란은 신장 결석이 따라다녔다. 돌가루는 그의 입을 통해 결석으로 뭉쳐지는 고통을 주었다. 아욱 뿌리, 아욱 ..

외국시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