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 김지하

검지 정숙자 2023. 5. 5. 02:20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

 

    김지하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

 

  이곳 풍경이 쌀쌀합니다

  추워

  이름조차 서로

  못 부르는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당신

  영결미사에 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놀라고

  하늘은 흐립니다

  다가오는

 

  엄청난 동아시아의

  큰 문명 변동에

 

  답할 이 없음을

  슬기로운 우리 민족이 얼푸시

  알아서입니다

 

  부디

  잘 가소서

 

  그리고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

   -전문(p. 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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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통영문학상 수상작품집』 역대수상자 작품_에서/ 2021. 10. 15. <도서출판 경남> 펴냄

  * 김지하(2019년 청마문학상 수상)/ 1941년 전남 목포 출생, 1961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가담-첫 옥고를 치름, 196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등 5편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1970년 『사상계』에 「오적五賊」 발표 후 반공법 위반으로 투옥,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 크라이스키 인권상, 만해문학상, 청마문학상 등 수상, 시집『타는 목마름으로』『오적』등 다수의 저서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