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살던 때는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살던 때는
아직 몰랐던
기이한
아름다움이
산다는 데에 있습니다
일본 불교 운동가
이케다 다이사쿠의 말입니다
'삶은
아직 오지 않은 완성에의
기인 긴 꿈'
좋은 말입니다
나는
이제는 그리 살고 싶고
또 그러다
가고 싶고
모든 것이
그래서 궁금하지요
소녀처럼
첫사랑에 빠진
열여섯?
열일곱?
내가
숲속에서
길을 찾아갈 때면
발보다는
꿈
꿈의 발이
나를 이끌지요만
내가
거리 거리
혹시는 굶주려
더듬어 찾아가는 저녁엔
꿈보다는
발의
꿈
그것이
나이일까요?
잊었습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절
무엇이 무엇인지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기인 긴
터널 같은 때
무엇을 알겠습니까만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더듬어 찾던 때
1987년 같은
그런 때보다는
훨씬
잔잔한
꿈이
내 삶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돌아가시어
지금은 내 곁에 안 계신
몇몇
어른들께
오늘 새벽엔 유독
인사 올리고 싶어
이리
일어나
수선입니다
다시 인사 드립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시끄럽긴 시끄러워도
국운이
전과는 달리
괜찮은 편입니다
내내.
- 기축己丑 2009년 2월 13일 새벽 5시 5분/ (전문, p.11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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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통영문학상 수상작품집』 역대수상자 작품_에서/ 2021. 10. 15. <도서출판 경남> 펴냄
* 김지하(2019년 청마문학상 수상)/ 1941년 전남 목포 출생, 1961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가담-첫 옥고를 치름, 196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등 5편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1970년 『사상계』에 「오적五賊」 발표 후 반공법 위반으로 투옥,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 크라이스키 인권상, 만해문학상, 청마문학상 등 수상, 시집『타는 목마름으로』『오적』등 다수의 저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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