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밥
유홍준
공사장 모래더미에
삽 한 자루가
푹,
꽂혀 있다 제삿밥에 꽂아놓은 숟가락처럼 푹,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느라 지친 귀신처럼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쉬고 있다
아무도 저 저승밥 앞에 절할 사람 없고
아무도 저 시멘트라는 독한 양념 비벼 대신 먹어줄 사람 없다
모래밥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는다
모래밥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
늙은 인부 홀로 저 모래밥 다 비벼 먹고 저승길 간다
-전문(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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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통영문학상 수상작품집』 역대수상자 작품_에서/ 2021. 10. 15. <도서출판 경남> 펴냄
* 유홍준(2020년 청마문학상 수상)/ 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나는, 웃는다』『저녁의 슬하』『북천-까마귀』『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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