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타는 목마름으로 살던 때는/ 김지하

검지 정숙자 2023. 5. 6. 02:48

 

    타는 목마름으로 살던 때는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살던 때는

  아직 몰랐던

  기이한 

  아름다움이

  산다는 데에 있습니다

 

  일본 불교 운동가

  이케다 다이사쿠의 말입니다

  '삶은

  아직 오지 않은 완성에의

  기인 긴 꿈'

 

  좋은 말입니다

  나는

  이제는 그리 살고 싶고

  또 그러다

  가고 싶고

 

  모든 것이

  그래서 궁금하지요

  소녀처럼

  첫사랑에 빠진

  열여섯?

  열일곱?

 

  내가 

  숲속에서

  길을 찾아갈 때면

 

  발보다는

  꿈

  꿈의 발이

  나를 이끌지요만

 

  내가

  거리 거리

  혹시는 굶주려

  더듬어 찾아가는 저녁엔

  꿈보다는

  발의

  꿈

  그것이 

  나이일까요?

 

  잊었습니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절

 

  무엇이 무엇인지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기인 긴

  터널 같은 때

 

  무엇을 알겠습니까만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더듬어 찾던 때

  1987년 같은

  그런 때보다는

  훨씬

  잔잔한

  꿈이

 

  내 삶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돌아가시어

  지금은 내 곁에 안 계신

 

  몇몇 

  어른들께

 

  오늘 새벽엔 유독

  인사 올리고 싶어

 

  이리 

  일어나

  수선입니다

 

  다시 인사 드립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시끄럽긴 시끄러워도

  국운이

  전과는 달리

 

  괜찮은 편입니다

  내내.

   - 기축己丑 2009년 2월 13일 새벽 5시 5분/ (전문, p.11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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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통영문학상 수상작품집』 역대수상자 작품_에서/ 2021. 10. 15. <도서출판 경남> 펴냄

  * 김지하(2019년 청마문학상 수상)/ 1941년 전남 목포 출생, 1961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가담-첫 옥고를 치름, 196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등 5편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1970년 『사상계』에 「오적五賊」 발표 후 반공법 위반으로 투옥,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 크라이스키 인권상, 만해문학상, 청마문학상 등 수상, 시집『타는 목마름으로』『오적』등 다수의 저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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