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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정숙자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60      정숙자    조약돌들이 자수정이나 진주처럼 빛납니다. 축젯날 색종이인 양 나비들이 반짝입니다. 바람이 꿈꾸는지 이따금 풀잎이 흔들립니다. 이 공간에서는 노래 없이도 행복합니다. 저에게 노래란 외로움과 슬픔 달래려는 최대한의 노력이었음을, ᄀᆞ까스로 깨닫습니다. (1990. 12. 29.)                 불과 30여 년 사이로  저 詩-냇물 흘러가 버리고 말았군요  저곳이 바로 전생이었군요   저 별을 찾아 길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조용히 혼자 열어가면 됩니다   보세요, 조약돌도 나비도  풀잎도 그때 그대로 이따금 흔들립니다   수평적 침묵  수직적 침묵  유영했던 침묵들을   이제 하ᄂᆞ하ᄂᆞ 새롭게 이해하며  돌의 도약에 대해  풀잎의 중첩에 대..

박선옥_미켈란젤로 유년의 길과 함께(발췌)/ 자작시 : 미켈란젤로

자작시     미켈란젤로(1475-1564, 89세)    잉크와 펜은 다를 게 없지만  잘된 시도 나오고 모자란 시도 나오며  그저 그런 시도 있다네  만약 대리석이 고귀하거나 천박한 형태가 있다면  그건 순전히 망치를 든 사람 탓일세  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도 소용없다네  다만 대리석이 제 몸을 드러내야 하지  대리석이 일러 주는 대로 그 마음을 읽고  조각가는 손을 놀려서 빚어낼 따름이라네       -전문-   ▶미켈란젤로 유년의 길과 함께(발췌) _박선옥/ 시인  노벨라를 떠나기 직전까지도 제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피렌체인의 뇌리에서 페테라르카, 단테, 보카치오 이들의 시에 대한 사랑은 떨칠 수 없는 취미였을까. 시는 르네상스 톱니바퀴의 한 축처럼 함께 했다. 인류의 한 시대를 관통하게 해 ..

외국시 2024.10.11

예술가의 서재_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영산(작가, 몽골여행전문기획자)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부분)        이영산/ 작가 · 몽골여행전문기획자      마르코 폴로가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몽골의 역참 덕택이었는데, 그는 당시의 역참과 우편국의 모습을 이렇게 서술한다.  "황제의 사신이 왕도에서 어디로 가든 25~40마일마다 역驛과 우편국이 있고, 역마다 사신이 묵고 갈 크고 아름다운 게르가 있다. 그 역참들을 거쳐서 10일 안에 100마일 거리 떨어진 곳에서 소식이 전해져 온다."  백일 거리의 곳에서 십일 만에 소식이 온다는 것은 유럽인들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역참간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몽골인들은 잘 알았고, 특히 말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공문서를 보낼 때는 봉투 위에 특별한 표시를 하곤 했는데, 그 표시가 우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