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아이* 김상미 네 이름이 뭐니? 저는 이름이 없어요 왜 이름이 없니? 이름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니? 저는 출생 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요 아무도 제가 태어나 이만큼 자란 것을 몰라요 엄마는 제가 오월에 태어났다고 오월이라고 불러요 남들에게 저는 유령이에요 투명인간이에요 아저씨, 아줌마들이 저를 이곳에서 찾아내기 전에는 늘 이곳에 숨어 있었어요 저는 엄마가 강간당해 낳은 아이에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몰라요 저는 엄마가 저를 끌어안고 슬피 울 때마다 무섭고 두려워요 엄마가 저를 버릴까 봐 엄마가 저를 두고 어딘가로 가버릴까 봐 엄마가 일하러 가고 나면 아무도 없는 이 방에서 저는 햇볕도 쬐고 화분에 물도 주고 소리 죽여 그림책도 읽어요 아주 가끔은 아무도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