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남자의 일생/ 이재훈

검지 정숙자 2024. 8. 27. 00:50

<Pakistan: Sindh Courier 2024. 4. 22./ A poem from Korea Lee, Jai-Hun>

 

    남자의 일생

 

     이재훈

 

 

  풀잎에 매달려 있다가

  툭,

  떨어진 애벌레.

 

  아스팔트 위를 기어간다.

  사람들의 발자국을 피해 몸을 뒤집는다.

  뱃가죽이 아스팔트에 드르륵 끌린다.

 

  그늘을 찾아 몸을 옮기는 데

  온 생을 바쳤다.

 

  늦은 오후.

  뱃가죽이 뜯어진 애벌레 위로

  그림자 잦아들고

  온몸에 딱딱한 주름이 진다.

 

  나비 한 마리.

  공중으로 날아간다.

 

  풀잎이 몸을 연다.

    -전문(p. 126)

 * 블로그: 외국어 대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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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징학연구소』 2024-가을(15)호 <지구촌 시단Ⅱ/ 국내 시인 외국 지면 게재>에서 

 * 이재훈/ 강원 영월 출생, 1998년『현대시』로 등단, 시집『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명왕성 되다』『벌레신화』『생물학적인 눈물』『돌이 천둥이다』, 저서『현대시와 허무의식』『딜레마의 시학』『부재의 수사학』『징후와 잉여』 『환상과 토포필리아』, 대담집『나는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