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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불전 미술 속 여성들_싯다르타의 부인 야소다라/ 유근자

2. 싯다르타의 부인 야소다라      유근자/ 국립 순천대학교 연구교수    싯다르타의 부인이자 라훌라의 어머니 야소다라는 간다라 불전 미술에서 싯다르타와의 약혼, 결혼, 궁정 생할, 출가 전야, 애마 칸타카와 홀로 돌아온 마부 찬나를 만나는 장면에 등장한다. 석가족이 멸망 후 싯다르타의 이모 마하파자파티와 함께 석가모니를 찾아갔다고 하지만, 확실한 야소다라의 이미지는 앞에 언급한 장면에서 찾을 수없다.(p. 275)   1) 약혼 장면 속 야소다라  싯다르타는 야소다라와 혼인하기 앞서 약혼식을 거행했다. 야소다라의 아버지는 정반왕으로부터 싯다르타의 비로 딸을 달라는  청혼을 받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반왕은 태자를 위해 명문가의 여인을 채택하려 했지만 뜻에 맞는 이가 없었다. 선각왕의 딸 구이..

김겸_시의 발명에 대한 췌언(발췌)/ 강가에서 : 이영광

강가에서      이영광    떠남과 머묾이 한 자리인  강물을 보며,  무언가를 따지고  누군가를 비워했다  모든 것이 나에게 나쁜 생각인 줄  모르고서  흘러도, 답답히 흐르지 않는  강을 보면서,  누군가를 따지고  무언가를 미워했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상하지 않고  오직 나만 피 흘리는 중이란 걸  모르고서  그리고 그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 줄도  까맣게 모르고서     -전문, 『시로 여는 세상』, 2004-봄호   ▶ 시의 발명에 대한 췌언(발췌) _김겸/ 시인 · 문학평론가 · 소설가  이렇게 시는 후회와 성찰의 몫을 감당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는 저마다 "무언가를 따지고/ 누군가를 미워"하며 산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타자는 절대적 타자이며 감옥이..

김겸_시의 발명에 대한 췌언(발췌)/ 여름 연못 : 이승희

여름 연못      이승희    처음 보는 연못이었다  버드나무가 물 위를 걷고 있었고  가끔 물을 열어 보느라  투명한 무릎을 꿇기도 했다   이 기슭에서 저 기슭까지  누구의 마음일까  버드나무도 그게 궁금했을까   당신을 따라 건너가던 여름이 있었다  마음을 닮은 것들  그런 것들을 주었고  그런 것들을 잃었다   그런 것들이 물속에서 물고기처럼 흩어졌다  나쁘지 않았다   이거 가져  너 가져   괜찮아  다 가져도 돼   연못은 그런 마음  버드나무 아래에서 오래 살았다  여름이 멈춘 후에도  연못이 사라진 후에도  그것들의 이 기슭과 저 기슭까지   물의 얼굴을 한  버드나무 잎들이 떨어지고 있다   연못은 그렇게 생겨나기도 한다    -전문, 웹진『같이 가는 기분』, 2024-봄호   ▶ 시..

누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복효근

누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복효근    건기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 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에 모여섰다   강에는 굶주린 악어 떼가  누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누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누 떼는 강을 다 건넌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누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언젠가 다시 강을 건널 때  그중 몇 마리는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의 아가리 쪽으로 발을 옮길지도 모른다     -전문(p. 169-170)   ------------------..

새를 기다리며/ 복효근

새를 기다리며      복효근    청동빛 저무는 강  돌을 던진다  들린다 강의 소리  어머니 가슴에서 나는 소리가 그러했지  바위를 끌어안고 제 몫의 아픔만큼 깊어지는 강의 소리  새벽 강은 가슴 하류에 희디흰 새 모래를 밀어내  모래 위엔 이슬 젖어 빛나는 깃털 몇 개   비상의 흔적으로 흩어져 있었지  그 기억으로  새 한 마리 기다려  돌을 던진다 절망절망 부서진 바위 조각을 던진다  부질없을지라도  그 부질없음이 비워놓은 허공을  돌은 날고 있을 때 한 마리 새를 닮는다  강물 속에서 돌은 새알이 된다  보인다 이윽고  닳아진 돌의 살갗 밑으로 흐르는 피  맑아진 하류의 강물 속  던져진 돌은 기억하고 있다  용암을 흩뿌리던 화산 근처에서 씨알을 찾던  지금은 화석이 된 시조새의 형상을,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