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새를 기다리며/ 복효근

검지 정숙자 2024. 8. 25. 00:50

<등단시>

 

    새를 기다리며

 

     복효근

 

 

  청동빛 저무는 강

  돌을 던진다

  들린다 강의 소리

  어머니 가슴에서 나는 소리가 그러했지

  바위를 끌어안고 제 몫의 아픔만큼 깊어지는 강의 소리

  새벽 강은 가슴 하류에 희디흰 새 모래를 밀어내

  모래 위엔 이슬 젖어 빛나는 깃털 몇 개 

  비상의 흔적으로 흩어져 있었지

  그 기억으로

  새 한 마리 기다려

  돌을 던진다 절망절망 부서진 바위 조각을 던진다

  부질없을지라도

  그 부질없음이 비워놓은 허공을

  돌은 날고 있을 때 한 마리 새를 닮는다

  강물 속에서 돌은 새알이 된다

  보인다 이윽고

  닳아진 돌의 살갗 밑으로 흐르는 피

  맑아진 하류의 강물 속

  던져진 돌은 기억하고 있다

  용암을 흩뿌리던 화산 근처에서 씨알을 찾던

  지금은 화석이 된 시조새의 형상을,

  돌을 던진다

  미망의 어둠 속

  바위를 삼켜 새를 빚어내는 어머니의 가슴 그 빛나는 강

  하류의 모래밭에서

  부화하여 날아오를 한 마리

  새를 기다리며

     -전문(p. 167-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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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경계』 2024-여름(61) <오늘의 주목할 시인/ 등단시>에서

  * 복효근/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꽃 아닌 것 없다』외, 디카시집『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