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시>
새를 기다리며
복효근
청동빛 저무는 강
돌을 던진다
들린다 강의 소리
어머니 가슴에서 나는 소리가 그러했지
바위를 끌어안고 제 몫의 아픔만큼 깊어지는 강의 소리
새벽 강은 가슴 하류에 희디흰 새 모래를 밀어내
모래 위엔 이슬 젖어 빛나는 깃털 몇 개
비상의 흔적으로 흩어져 있었지
그 기억으로
새 한 마리 기다려
돌을 던진다 절망절망 부서진 바위 조각을 던진다
부질없을지라도
그 부질없음이 비워놓은 허공을
돌은 날고 있을 때 한 마리 새를 닮는다
강물 속에서 돌은 새알이 된다
보인다 이윽고
닳아진 돌의 살갗 밑으로 흐르는 피
맑아진 하류의 강물 속
던져진 돌은 기억하고 있다
용암을 흩뿌리던 화산 근처에서 씨알을 찾던
지금은 화석이 된 시조새의 형상을,
돌을 던진다
미망의 어둠 속
바위를 삼켜 새를 빚어내는 어머니의 가슴 그 빛나는 강
하류의 모래밭에서
부화하여 날아오를 한 마리
새를 기다리며
-전문(p. 167-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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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경계』 2024-여름(61)호 <오늘의 주목할 시인/ 등단시>에서
* 복효근/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꽃 아닌 것 없다』외, 디카시집『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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