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싯다르타의 부인 야소다라
유근자/ 국립 순천대학교 연구교수
싯다르타의 부인이자 라훌라의 어머니 야소다라는 간다라 불전 미술에서 싯다르타와의 약혼, 결혼, 궁정 생할, 출가 전야, 애마 칸타카와 홀로 돌아온 마부 찬나를 만나는 장면에 등장한다. 석가족이 멸망 후 싯다르타의 이모 마하파자파티와 함께 석가모니를 찾아갔다고 하지만, 확실한 야소다라의 이미지는 앞에 언급한 장면에서 찾을 수없다.(p. 275)
1) 약혼 장면 속 야소다라
싯다르타는 야소다라와 혼인하기 앞서 약혼식을 거행했다. 야소다라의 아버지는 정반왕으로부터 싯다르타의 비로 딸을 달라는 청혼을 받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반왕은 태자를 위해 명문가의 여인을 채택하려 했지만 뜻에 맞는 이가 없었다. 선각왕의 딸 구이는 단정해 천하에 짝할 이가 없었다. 정반왕은 여덟 나라의 왕들이 아들을 위해 선각왕에게 구혼했지만 거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선각을 불러서 '나는 태자를 당신의 딸에게 장가를 들게 하고 싶소'라고 했다. 선각은 집에 돌아온 후 근심하고 언짢아하면서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다."(『수행본기경』).
간다라 불전 미술 가운데 싯다르타 태자와 야소다라의 약혼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는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에 소장된 <그림 12>가 있다. 화면 중앙에는 왼손을 허리에 댄 싯다르타가 서 있고, 야소다라는 오른쪽 끝에 두 다리를 교차한 채 약혼식을 집행하는 바라문에게 손을 잡힌 채 서 있다. 아쉽게도 야소다라의 얼굴과 상체 일부는 손상되었다.
왼쪽 모서리의 반가사유 자세로 깊은 고민에 잠겨있는 인물은 야소다라의 아버지다. 그는 정반왕이 아들을 위해 청혼을 하자 허락하지 않으면 정반왕에게 벌을 받을 것이고, 허락하면 여러 나라에 원한이 맺힐 것을 고민하고 있다. 야소다라의 아버지 앞에도 세 명의 여인이 선 채로 싯다르타를 쳐다보고 있다. (p. 275-277)
* 블로그 註: <그림 12>는 『文學 史學 哲學』 2024-여름(77)호, p. 276, 상단에서 감상 要>
2) 결혼 장면 속 야소다라
싯다르타 태자는 누구와 언제 혼인했을까? 혼인한 나이에 대해서는 여러 경전에 따라 16세 · 17세 · 19세 설 등으로 다양하고, 아내에 대해서도 여러 명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설은 라훌라를 낳은 야소다라가 태자의 부인이라는 것이다.
정반왕은 염부수 아래에서 첫 선정에 든 아들 싯다르타를 본 이후 그를 빨리 결혼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석가족의 장로회의를 열어 싯다르타의 결혼 문제를 논의했다. 5백 명의 대신들이 자기의 딸을 추천하자 정반왕은 그 결정권을 싯다르타에게 맡겼다.
싯다르타는 "젊고 건강하며 아름다우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삿된 생각을 하지 않고, 시부모를 자기 부모처럼 섬기고, 주위 사람 돌보기를 자기 몸처럼 하고, 부지런한" 사람을 아내로 맞고 싶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정반왕은 신부감을 찾다가 선각왕의 딸 야소다라로 결정했다. 그녀는 외모가 단정하고 엄숙하며 아름다웠고, 키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았으며, 뚱뚱하지도 않고 야위지도 않았으며, 피부가 희지도 검지도 않았다(『방광대장엄경』 제4 현예품). 싯다르타는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 여러 석가족 청년들과 무예 시합을 했으며 그 결과는 우승이었다.
간다라 불전 미술 가운데 싯다르타와 야소다라의 혼인식을 표현한 불전 미술로는 페샤와르박물관에 소장된 <그림13>이 있다. 결혼 의식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성수聖水를 뿌리고 베다의 화신火神을 상징하는 불 주위를 빙빙 돌면서 행해지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성수가 든 물항아리와 신성한 불이 표현되었고, 싯다르타와 야소다라가 서로 손을 맞잡고 그 주위를 돌고 있다. 신부 차림의 야소다라 뒤에는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잡은 시녀가 서 있다.
혼인 장면 속 야소다라는 머리를 천으로 가리고 있어 간다라 불전 미술 속 다른 여성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야소다라의 모습은 현대 서양식 결혼 장면의 모습과 유사하다. 야소다라와 싯다르타가 화면 중앙에 배치되어 결혼식의 주인공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p. 277-278)
* 블로그 註: <그림 13>는 『文學 史學 哲學』 2024-여름(77)호, p. 278, 상단에서 감상 要>
3) 궁중 생활 속 야소다라
싯다르타와 야소다라의 궁중 생활을 『본생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버지 정반왕은 아들을 위해 세 철에 알맞은 세 채의 궁전三時殿을 지었다. 하나는 9층이고 하나는 7층이며 또 하나는 5층이었다. 그리고 4만의 무희들이 보살을 모시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마치 천왕이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아름답게 장식한 무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남자가 없는 여자들만이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며 철에 따라 거기에 맞는 궁전에 살고 있었다. 라훌라의 어머니인 야소다라는 그 첫째 부인이었다.
여러 불전에 의하면 싯다르타는 사문유관 이후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생노병사의 무상함을 경험한 후 자주 명상에 잠겼다고 한다. 아버지 정반왕은 아들에게 호화로운 궁정생활을 하게 함으로써 그의 출가에 관심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간다라 불전 미술에서는 싯다르타의 궁중 생활이 음악과 춤으로 가득찬 모습으로 표현되었다<그림 14>. 궁전 안 침상 위에는 두광으로 장엄된 싯다르타 태자가 오른손을 들고 옆으로 누워 있으며, 그 옆에는 아내인 야소다라가 침상 끝에 걸터앉아 있다. 그 주위에는 태자를 즐겁게 하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추는 무희들이 배치되어 싯다르타로 하여금 세속 생활에 흥미를 갖게 하려는 듯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경전의 내용처럼 남자는 오직 싯다르타 뿐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여인들은 북, 하프, 탬버린 같은 악기를 들고 있어 인도 악기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방광대장엄경』 제5권 음악으로 깨우치는 품[音樂發悟品]에서는 음악과 춤이 가득 차 있는 태자의 궁정 생활에 대해, "궁중의 여자들이 타는 노랫소리는 애욕으로 싯다르타를 유혹하지만 시방 모든 부처님의 거룩한 신력으로 이 음성을 변해 법의 말이 되게 하네"라고 했다. 싯다르타가 왕궁에 있을 때 많은 여인들이 음악과 춤으로 태자의 출가를 방해하려 했지만, 오히려 방해는 출가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궁정 생활 속 여성은 싯다르타의 마음을 세속에 머물게 하려는데 안간힘을 쓰는 존재들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야소다라 역시 남편의 마음이 출가에 기울어지지 않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궁정 생활 속 야소다라는 싯다르타 앞에 앉아 있는데 결혼한 여성을 상징하는 거울을 오른손으로 들고 있다.(p. 278-280)
* 블로그 註: <그림 14>는 『文學 史學 哲學』 2024-여름(77)호, p. 279, 하단에서 감상 要>
4) 출가 전날 밤 잠에 빠진 야소다라
싯다르타와 출가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29살에 출가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욍위 계승자인 싯다르타가 세속적인 구속에서 벗어나 수행자의 길로 나아가기로 한 출가 결심은, 불교사에서 중대한 사건 가운데 하나이다. 싯다르타가 카필라성을 나오던 날 밤의 일은 많은 불전 경전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보요경』에는 마부 찬나에게 애마 칸타카를 준비하도록 하는 품이 따로 있다. 출가 전날 밤 출가를 단행하려는 싯다르타와 출가를 막아보려는 마부 찬나와의 대화가 펼쳐지고 있다. 싯다르타는 성 안의 사람들이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살며시 일어나 마부 찬나에게 명령했다. "찬나야, 일어나서 빨리 백마 칸타카를 준비해라."
그는 싯다르타의 말을 듣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직 현성이신 태자께서는 때를 알고 마땅함을 아소서. 오늘 밤만은 출가할 때가 아닙니다." 그러자 싯다르타가 말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왜냐하면 나는 오랜 세월로부터 모든 중생들을 위해 도의 자취를 나타내 보이기를 구하고 원했다. 이제야 중생을 제도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싯다르타가 출가를 위해 마부 찬나에게 말을 준비하라고 명령하는 이야기는 불전 미술로 자주 표현되었다. 간다라 불전 미술 중에서 <그림 15>는 싯다르타가 침상에서 일어나 마부 찬나에게 떠날 채비를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찬나는 애마 칸타카를 데리고 그의 앞에 등장하고 있다. 태자를 태우고 먼 길을 떠날 말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동작을 강조하기 위해 몸의 일부만을 표현했다.
깊은 잠에 빠진 야소다라의 표현은 태자의 출가가 부인도 몰래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야소다라의 머리맡에는 창을 들고 궁전을 지키는 여자 호위병이 서 있지만 싯다르타의 출가를 막지는 못했다. 이는 출가 전날 밤 모든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지도록 천신들이 도왔다는 이야기가 일치한다. (p. 280-282)
* 블로그 註: <그림 15>는 『文學 史學 哲學』 2024-여름(77)호, p. 281, 하단에서 감상 要>
5) 남편의 출가 소식을 듣고 오열하는 야소다라
출가의 길로 접어든 싯다르타는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찬나와 칸타카와의 이별을 선언했다. 싯다르타는 "과거의 모든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장식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칼을 잘랐듯이, 나도 이제 이것들을 잘라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다음 마부 찬나에게 당부했다. "찬나야, 나의 보배관과 상투 속의 명주明珠는 아버지 정반왕께, 나의 장신구는 이모 마하파티파자께, 그밖의 꾸미개는 부인 야소다라에게 전해다오."
찬나는 이 말을 듣고 슬퍼하면서도 차마 싯다르타의 명령을 어기지 못하고 이것들을 받아든 채, 울면서 말씀드렸다.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태자를 받들어 모셨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성城으로 함께 돌아가 주세요. 만약 출가의 뜻을 버리지 않으시겠다면 저를 버리지 마십시오. 성으로 저 혼자 돌아간다면 정반왕은 반드시 저를 책망할 것입니다."
싯다르타는 찬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낳은 지 7일 만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모자도 오히려 죽음과 삶의 이별이 있거늘 하물며 딴 사람들은 말해 무엇하겠느냐? 너는 애마 칸타카와 함께 성으로 돌아가서 나의 출가 소식을 알려다오." 마부 찬나와 애마 칸타카는 싯다르타와 이별하고 카필라성으로 돌아왔다. 성으로 돌아온 찬나와 칸타카를 본 정반왕, 마하파자파티, 야소다라는 모두 찬나를 꾸짖었다. 그러자 찬나는 "저와 칸타카를 책망하지 마세요. 이것은 바로 하늘의 힘이었고, 사람의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태자를 따라 영원히 돌아올 뜻이 없었는데도, 태자께서는 끝내 곁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간다라 불전 미술 가운데 남편의 출가 소식을 마부 찬나로부터 전해 듣는 야소다라의 모습은 파키스탄 스와트박물관에 소장된 <그림 16>을 통해 알 수 있다. 마부 찬나는 애마 칸타카의 고삐를 잡고 있고, 야소다라는 남편의 출가 소식을 전해 듣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수심에 가득 차 있다. 찬나는 싯다르타의 보배관 · 명주 · 장신구 등이 담긴 보따리와, 일산을 든 채 칸타카의 고삐를 잡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성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고대 인도의 작가들은 성으로 돌아와 싯다르타의 출가 소식을 알리는 마부가 싯다르타의 아버지와 양모를 만나는 장면보다는, 아내였던 야소다라와의 에피소드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조선 전기에 그려진 <출가유성도>에는 아들의 출가소식을 접하고 눈물 흘리는 아버지 정반왕과 쓰러져 흐느끼는 야소다라가 표현되었다<그림 17>. (p. 282-284)
* 블로그 註: <그림 17>은 『文學 史學 哲學』 2024-여름(77)호, p. 284, 하단에서 감상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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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사학 철학』에서/ 2024-여름(77)호 <예술_간다라 불전 미술(7)/ 1. 여성을 주제로 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호암미술관의 특별전_Ⅲ. 간다라 불전 미술 속 아내의 표현(中)> 에서
* 유근자/ 덕성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현) 국립순천대학교 남도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인천시 문화재위원, 강원 · 경기 문화재전문위원,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 부처님의 생애를 표현한 간다라 불전 미술 연구 진행 중, 저서『조선시대 왕실발원 불상의 연구』『조선시대 불상의 복장기록 연구』, 공저『간다라에서 만난 부처』『자유하는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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