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도, 물안개에 갇힌 김금용 전남 영광 끝머리 서쪽 바다 낙월도에서 당분간 나는 패랭이꽃이나 되리 어쩌다 찾아오는 외지인에게 꺾이고 휘둘리며 묻어뒀던 사랑 종아리에 달라붙는 끈끈이주걱풀꽃인 듯 하얗게 가슴 부풀려 서 있을 터 달은 져서 비릿한 갯벌에 숨고 물안개에 갇힌 낙월도 사흘째 뭍으로 나갈 기미도 없이 당분간의 이 유예가 행복할 뿐, 법성포 순도 높은 증류수 몇 잔에 취해 한 눈빛으로 돌아드는 꺽새 춤사위 열 손가락 닿는 대로 화들짝 깨어나는 자귀나무의 연지빛 사랑 때늦은 설렘 빈 잔에 채워 새벽 열리는 퍼런 하늘가로 뿌려 버릴 터 품에 안기면 곧 부스러질 눈물 일렁이며 뱃전 쫓는 하얀 포말로 달려가 서 있을 터 -전문(p.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