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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곳으로 가 보다 외 1편/ 동시영

사람이라는 곳으로 가 보다 외 1편 동시영 오월, 줄장미가 줄지어 꽃이라는 곳으로 가 보고 있다 해마다 가도 아직 다 못 간 모양이다 담에서 벽으로 끝없는 행렬 길에서 길로, 사람들 줄지어 사람이라는 곳으로 가 보고 있다 목숨은 다, 붉은 장미 다만, 가 보는 곳이다 -전문- ------------- 판화전 인산인해 인사동 네거리 찍고 찍혀 나온 생생한 판화 속 박수근 판화전이 판을 벌였다 '빨래하고' '기름 팔고' '집으로 가고' 판화와 판화 사이 구경하는 나도 판화 서로 봐 주는 판화와 판화 사이 세상은 거대 상설 판화전 판화가 없을 때도 판화는 있었고 복사기가 없을 때도 복사는 있었다 찍고 찍히고 찍어 걸고, 날마다는 나와 발자국으로라도 찍고 봄날은 더욱 판화의 계절 매화, 라이락, 산수유, 매발톱..

오징어/ 동시영

오징어 동시영 몸이 화살표다 어디로 가라는 화살표인가? 온 바다 헤매는 화살표, 따로, 방향할 곳이 없다는 거냐? 사는 건, 그냥, 헤매는 거란 말인가? -전문- 해설> 한 문장: 참으로 유머러스하다. "몸이 화살표"인 오징어에게 화자가 묻는다. "어디로 가라는 화살표인가?" 이것은 삶에 대한 화자의 물음이요, "따로, 방향할 곳이 없다는 거냐?" 이것은 화자 자신의 대답이라고 보아도 된다. 삶에 무슨 필연적인 방향이 있나? "그냥, 헤매는 거" 아니냐. "화살표"인 것 같지만 가리킬 곳이 없다. "온 바다 헤매는 화살표" 이게 우리의 인생 아니냐. (···) 그러니까 이 시집은 방향 모를. "화살표" 없는 바닷속 같은 세상을 바람처럼 멀리, 가까이 떠돌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오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