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22

"네 시를 읽으면 투명한 느낌이 나"(두 마디)/ 이우성 : 고명재

"네 시를 읽으면 투명한 느낌이 나"(두 마디) - interviewer: 고명재(시인) - interviewee: 이우성(시인) ■ 고명재: 이번 시집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 2022. 문학과지성사)은 참 투명함이 돋보였어요. 꾸미거나 드러내거나 수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골똘히 바라보면서 충실하게 담아내려는 어떤 태도 같은 게 느껴졌어요. 치장하거나 둘러 말하지 않는 이 태도나 힘은 어디서 온 건가요. (p. 169) □ 이우성: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뵈러 간 날이 있어요. 치매를 되게 오래 앓으셨어요. 기억하시는 건 매일 다니는 집 앞의 산책로 하나 정도. 그런데 그날은 저를 보고, 어, 왔니, 하고 담담하게 말씀하셨어요. 신기한 날이었어요. 할머니 손을 잡고 걷는데 꽃이 피어 있었어요..

대담 2024.04.02

시인과의 대화(추려 뽑은, 일 문답) / 엄창섭 : 오탁번

시인과의 대화(추려 뽑은, 일 문답) - interviewer : 엄창섭 - interviewee : 오탁번 엄창섭: 재학생들에게 '중간, 기말고사' 때에,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신 까닭에 "시험 준비는 하지 않는 것이 답이라." 하신 언어의 뉘앙스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p. 384) 오탁번: 나는 영문과를 나와서 대학원은 국문과를 다녔는데, 당시의 대부분의 문학 강의가 문학하고는 거리가 먼 무슨 서지학 같은 것이었지요. 자유로운 문학적 영혼을 지닌 학생들이 딱 질식할 정도로 황폐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을 때 강의실을 아주 자유로운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창작론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에게 담배도 마음 놓고 피우라고 했어요. 시험을 치를 때 "중앙도서..

대담 2024.03.14

시인과의 대화(추려 뽑은, 일 문답)/ 이창수 : 오탁번

시인과의 대화(추려 뽑은, 일 문답) - interviewer : 이창수 - interviewee : 오탁번 이창수: 사실 선생님의 입을 통해서도 다른 잡지를 통해서도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알고 있습니다만 『시와사람』이 독자들을 위해 드리는 질문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계간 시지 『시안』을 창간하여 10년 이상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IMF 이후 전국이 환란의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을 무렵 잡지를 간행하여 그 어려운 시기를 건너고 있습니다. 13년째 『시안』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사명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p. 377) 오탁번: 그냥 이번 봄호 통권 47호 『시안』을 보면 그 안에 내 대답이 있어요. 시안은 시를 시이게 하는 한 글자, 시를 알아보는 안목이라는 뜻이지요. 예전에 말한 대로 제 눈이 ..

대담 2024.03.14

시심전심-카톡방 대담(한마디)/ 차창룡 : 함성호

시심전심 카톡방 대담(한마디) (前略) 2022년 2월 20일 일요일 차창룡(동명) : 함성호 함성호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동명이 더 잘 설명하실 수 있을 것도 같아서 이 질문엔 제가 어떻게 모르는지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차창룡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차창룡 불교계에 있다 보니 선생님께서 쓰신 불교적인 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첫 번째 시집 『56억 7천만 년의 고독』이나 다섯 번째 시집 『타지 않는 혀』가 눈에 띕니다. 전자는 먼 훗날 우리를 구원할 미래의 부처님에 대한 전설이고, 후자는 일찍이 동아시아에 불교를 전한 전법승에 대한 전설입니다. 이 불교적인 전설과 선생님께서 추구하는 방향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요? 함성호 어쨌든 잘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저는 평생을 갖..

대담 2024.03.02

[가상 인터뷰]_ 시의 순교자, 박제천 시인/ 이혜선

시의 순교자, 박제천 시인 이혜선/ 시인 이혜선_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승에서 모습을 못 뵌 지 몇 달이 되었네요. 그래도 시인에게 죽음은 없고 그의 시를 통해 늘 부활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곳에서도 시와 함께 잘 놀고 계시지요? 박제천_ 그럼! 나는 거기서나 여기서나 어디서나 시가 있는 한 시와 함께 노느라고 바쁘고 행복하다네. 더구나 이곳에선 내가 좋아하는 장자도 노자도 한비자도, 를 그린 추사 노옹도 모두 만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는 줄도 모른다네. 이혜선_ '가시덤불에 산삼 나듯이 새로 돋아니는 우리 문학 아카데미여'라고 축원해주신 미당 스승님도 만나고 붕새를 타고 장자도 만나셨지요? 남명南冥을 다녀오면서 매미와 비둘기의 놀림도 받았겠군요. 하긴 선생님은 이곳에서도 가면놀이 무지개놀이로..

대담 2024.01.20

김종회_다 장르를 실험한, 우리 시대의 자유로운 정신/ 오탁번 시인

다 장르를 실험한, 우리 시대의 자유로운 정신_오탁번 시인 김종회/ 문학평론가 이 인터뷰의 의의와 성격 지천芝川 오탁번 선생이 2023년 2월 14일 밤 9시에 이 세상을 떠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갔다. 그는 시인이자 국문학자였고,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었다. 향년 80세의 연령이기에 지금의 셈법으로는 아직 여러 해를 이 땅에 머물 때다. 그런데 안타깝고 아쉽게도 육신의 장막을 훌훌 벗어버리고 저 아득한 영면의 땅으로 옮겨 갔으니, 가까이 있던 많은 이의 가슴에 오래 남는 슬픔을 안겼다. 그러므로 선생을 기리고 그리워하며 마련한 이 가상 인터뷰는 그야말로 '영혼 인터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터뷰어로서 필자는 선생의 생전에서와 꼭 같은 어투와 발화 방식으로 질문을 드릴 터이..

대담 2023.11.11

한창옥의 줌인 54(부분)/ 뮤지션, 배우 : 조관우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_ 조관우 때: 2023. 1. 29(목), 15시 장소: 일산 라페스타거리 카페 인터뷰어: 한창옥(본지 발행인, 편집주간) 녹취 원고 편집 & 사진: 성국(도서출판 포엠포엠 대표) Prologue 하늘이 내려준 '팔세토' 창법의 대가로 한국의 '파리넬리'라는 칭호를 갖고 있다. 성악에서 두성을 사용하는 보통의 고성보다도 높은 소리를 내는 독보적인 매력의 국악과 가성으로 다져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로 우리의 귓가를 사로잡는 조관우 뮤지션. 배우를 줌인한다. -창옥 POEMPOEM JO KWAN-WOO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박초월 국창의 친손자이자 판소리 명창 조통달의 아들로 재능을 이어받았지만 외로움을 많이 탔던 유년기를 보낸다. 1994년 23세에 발매한 대표곡 은 130..

대담 2023.02.27

나의 아버지, 이웃 문신수/ 문영하

나의 아버지, 이웃 문신수 문영하/ 시인 어렸을 때 주무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자다가 눈을 뜨면 아버지는 책상 앞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글을 쓰곤 하셨다. 겨울밤 창호지 틈으로 스며들던, 앞산의 부엉이 소리가 처연하게 들렸다. 아버지의 글이 내면과 깊이 마주하면서 나온 고통의 산물임을 훗날 알게 되었다. 문영하_ 아버지, 떠나신 지 꼭 20년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평안하신지요? 문신수_ 참으로 잔잔한 시간을 보내고 있네. 모두 잘 있는가? 문영하_ 아버지는 남해에서 태어나 오로지 남해에 살면서 문학 활동을 하다가 가셨습니다. 아버지 등단 시절(1961년), 가까이에서 지켜봐 주셨던 어느 교장선생님께서 "뱀도 덤불이 있어야 나오는 법인데 문신수 자네는 어디서 나왔는고?..

대담 2022.11.10

[인터뷰] 이온겸의 문학방송/ 정숙자 시인편

[인터뷰] 정숙자 시인편 제218회 이온겸의 문학방송/ LIVE 2022. 8. 3. (수) 밤 9 - interviewer : 이온겸 - interviewee : 정숙자 [Q1] 정숙자 시인님 반갑습니다. 문학방송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릴게요~ * 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1952년생 정숙자입니다.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했고요. 꾸준히 시 쓰고 있는 정숙자입니다. [Q2] 정숙자 시인님의 최근작, 『공검 & 굴원』을 만났는데요, 출간 축하드립니다. 『공검 & 굴원』을 출간하고 어떠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지요? * 새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발송 작업입니다. 저의 문학 인생에 직/간접적으로 도움 주신 분들께 올리는 예에 해당하죠. 그로 인해 좀 바빠집니다. ..

대담 2022.08.06

미얀마 군사쿠데타 1년, 절망과 전망(발췌)/ 녜인 따진 : 문창길

미얀마 군사쿠데타 1년, 절망과 전망(발췌) 녜인 따진(미얀마투데이 대표) : 문창길(시인, 본지 편집주간) 일시:2021. 12. 26. 장소: 종로 통일빌딩 1층 문창길 : 지난 1년 간 쿠데타군들의 폭력과 인권 유린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가장 힘든 점과 실제 취재를 통해서 밝혀진 현장들 중에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장면들도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녜인 따진 : 어쨌든 미얀마로서는 코로나와 쿠데타 세력의 폭압 정치로 모든 시민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태국 국경지역 까야주에서 화물트럭 세 대에 나눠 탄 35명의 민간인들을 군부 세력이 산채로 휘발유를 뿌린 다음 불을 질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무장..

대담 2022.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