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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걸음/ 김충래

파도의 걸음 김충래 끝이 보이지 않는 길 걷다 보면 깨알 같은 글자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모래사장에 닿는다 가볍게 흰 등짐을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다시 일어서서 모래 속을 걷는다 떨림으로 자지러지기도 하도 가늘게 우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때때로 만나는 썩은 웅덩이 발이 흐느낀다 파고와 싸우며 무작정 걸어온 생 멀리 갈수록 가까이 있는 듯 아리송한데 뒤돌아보아도 발자국은 없다 -전문(p. 56) --------------- *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에서/ 2023. 12. 26. 펴냄 * 김충래/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미네르바문학회 & 군산문협 회원

음악과 시(부분)/ 장석원

음악과 시(부분) 장석원/ 시인 시의 문법과 노래의 문법은 다르다. 좋은 시니까 좋은 가사가 될 것이라고 믿는가. 좋은 노래는 좋지 않은 가사도 좋은 의미로 바꾸는 마법을 실행한다. 노래는 음악과 가사를 함께 거느린다.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음악이라고 말할 것이다. 많은 고전음악은 가사를 갖지 않는다. 세고비아의 기타 연주에는 가사가 없다. 현대의 힙합 장르는 음악을 배경으로 밀어놓은 채 실연實演하는 새로운 구술口述 예술이 되었다. 시가 노래와 결합해야 한다고? 크로스오버(crossover),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등등 여러 용어들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혼종(hybrid)'이다. 피와 피를 섞는 법을, 유전자를 교배하여 새로운 잡종과 돌연변이를 일으키..

한 줄 노트 2024.04.16

김덕근_장엄으로 펴는 바람의 경전(부분)/ 두타제월 : 한원진

두타제월頭陀霽月 한원진(1682-1751, 69세) 山如衆佛號頭陀(산여중불호두타) 부처님 모습 같아 두타산頭陀山이라 하는데 雨洗天邊足翠螺(우세천변족취라) 비가 내린 하늘가 파란 빛깔이 엉키었네 松上迢迢孤月擧(송상초초고월거) 달은 소나무 위로 높이 떠오르고 入簾靑影十分多(입렴청영십분다) 발 사이로 흐르는 그림자 너무 많은 듯하여라 -전문- ▶장엄으로 펴는 바람의 경전_ 진천군 두타산 영수사 영산회괘불탱(발췌)_ 김덕근/ 시인 절을 품은 두타산이 부처가 누워있는 와불 형상을 닮아 '두타산'이라 불렸기에 자연스럽게 보입나다. 두타는 단지 안분이나 지족이 아니라 깨달음을 위한 위대한 여정입니다. 부처의 제자에서 제일은 마하가섭이지요. '두타'를 흔들어 털어버린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두타산에 입산한다는 것은 번뇌와..

고전시가 2024.04.16

버려진 닻/ 김차영

버려진 닻 김차영 갯벌 속에 처박혀 녹슬어가는 뿌리 외로움을 힘껏 움켜쥐고 있다 저 뿌리에 매달려 몸피를 키워 잎도 피우고 열매도 매달았던 것들 썰물처럼 바다로 갔다 한데로만 떠도는 뿌리를 잊어버린, 아니 잃어버린 것들 망둥어처럼 바다에 가득하다 시나브로 뻘 속에 묻혀가며 눈은 수평선 위 고깃배를 따라가는데 그리움 더욱 붉어지는 버려진 닻 -전문(p. 52) --------------- *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에서/ 2023. 12. 26. 펴냄 * 김차영/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미이라의 숲』

한국의 돌멘,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부분)/ 박상일

한국의 돌멘,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부분) 박상일/ 청주대학교 역사문화학부 교수 무덤은 종족과 사회집단마다 고유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보존성이 강해서 그 분포 범위와 이동 경로는 그들의 역사를 실증해 준다. 우리나라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무덤 양식이 나타나는데 청동기시대의 일반적인 무덤은 고인돌이었다. 비슷한 시기의 석관묘와 옹관묘, 그리고 돌무지무덤, 돌방무덤, 돌무지덧널무덤으로 변화하면서 나라마다의 특징을 나타내고, 여기에 순장의 풍습과 풍수도참사상이 더해졌다. 고인돌은 거석기념물로 만들어진 돌무덤의 일종으로 영어로는 돌멘(Dolmen)이라 하고 한자로는 지석묘支石墓라 쓴다. 예전에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지석묘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고 지금도 전국 각지의 문화재 명칭에 함께 쓰이고 있다. 이밖..

한 줄 노트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