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걸음 김충래 끝이 보이지 않는 길 걷다 보면 깨알 같은 글자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모래사장에 닿는다 가볍게 흰 등짐을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다시 일어서서 모래 속을 걷는다 떨림으로 자지러지기도 하도 가늘게 우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때때로 만나는 썩은 웅덩이 발이 흐느낀다 파고와 싸우며 무작정 걸어온 생 멀리 갈수록 가까이 있는 듯 아리송한데 뒤돌아보아도 발자국은 없다 -전문(p. 56) --------------- *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에서/ 2023. 12. 26. 펴냄 * 김충래/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미네르바문학회 & 군산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