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산문집 · 행복음자리표 28

정숙자_제 2산문집『행복음자리표』/ 서사

정숙자 제2 산문집 『행복음자리표』/ 서사 / 2014.6.30. 발행 행복은 기간이 아니라 순간이다. 행복은 하루 이틀 또는 몇 개월이나 몇 년씩 우리 곁에 체류하는 게 아니라 찰나를 점찍고 떠나는 황홀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거기 아직도 ‘행복음幸福音’ 몇 개가 오선을 빛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 왜 이렇게 고통이 지속되는 것일까?’ 이 구름 저 바람이 꼬리를 물 때, 돌아가 보고 싶은 추억을 ‘세 컷’만 꼽을 수 있다면 우리의 태어남과 삶은 헛되지 않다. 그 행복은 인생이라는 네트워크에서 피어난 꽃이 아닌가. 가끔은 나에게도 있었던―있는, 그 행복을 복용하고 희망을 충전하자. 아직 우리가 모르는 기쁨을 데리고 우리가 예기치 못한 어느 한순간 ..

줄기 하나에 꽃 하나/ 정숙자

줄기 하나에 꽃 하나 정숙자 오늘은 2008년 2월 27일. 거실 바닥에 깔린 햇빛이 유난히 정갈하다. 유리창에 고인 햇발이 이리도 정다운 건 봄이 문턱까지 왔다는 증거다. 그러나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라면 변함없이 돌아오는 저 햇볕도 작년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같은 시간을 두 번 체험할 수 없다는 논리이니 나 자신도 분명 작년의 내 모습은 아닐 터. 외모는 물론 사고의 범주나 체계도 새로운 프랙탈 세포가 도입되었으리라. 우두커니 이런저런 생각을 뒤지는 게 얼마만인가. 오랫동안 부려온 육신에게 휴식을 베풀고 싶어진다. 괴발개발 끼적거려 놓고도 행복감에 빠져들던 아마추어 시절의 봄빛은 (서글펐지만) 얼마나 투명하고 부드러웠던가. “고모, 나는 오래 전에 고모가 나한테 보낸 편지 한 통을 갖고 있어.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