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108

序 ● 말 속에 담기는 정경의 미묘한 조화/ 서정주

序․말 속에 담기는 情景의 미묘한 調和 / 서정주 ―鄭淑子 詩集에 부쳐 小雅 鄭淑子 女史의 詩集 의 原稿를 읽으면서 나는 매우 神奇한 느낌과, 또 한쪽으론 오랜만에 옛 고향에 와 느끼는 것 같은 훈훈한 傳統的인 情味의 느낌을 同時에 가지게 되었다. 신기하다는 것은 이런 우리 겨레의 전통적인 정서를 역시 전통적인 超時代的 語風으로써 이렇게 詩로 다루고 있는 이가 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요, 고향에 온 것 같았다고 한 까닭은 그 超時代的 古典的 語風들이 博物館的인 것으로 전해져 오는 게 아니라 생생히 살아 작용하는 「永續語風」이랄까. 그런 잘 닦인 매력으로서 가슴과 피부에 간절히 닿아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냇물에 흔들리는 / 볕뉘들은 / 외로운 들에 내린 書翰이온지」같은 말 속에 담기는 ..

수틀인 듯 둥그런 달무리 속에/ 정숙자

수틀인 듯 둥근 달무리 속에 ―思慕․8 정숙자 수틀인 듯 둥근 달무리 속에 기다리는 마음 같이 넘치는 정애(情愛) 담장엔 찬바람 모이다 흩고 뜰엔 외로움 쌓이옵니다 백 리를 걷고서도 서툰 한 걸음 바위처럼 멈춰 서서 우러르는 밤 얼음 못 연근(蓮根)은 홈이 패이고 솔(松)들도 온몸에 금가는 혹한 어느 직녀가 아미(蛾眉) 숙이어 저리도 밝은 달을 놓았더이까 비단폭같이 고운 하늘 가 둘 데 없는 마음을 띄우옵니다.

강물에 어른대는 조그만 불빛/ 정숙자

강물에 어른대는 조그만 불빛 ―思慕․9 정숙자 강물에 어른대는 조그만 불빛 어느 수줍음이 띄운 연모(戀慕)이옵니까 두터운 구름 달을 비끼면 우물은 한 자루 촛불이 되고 호수도 등잔이 되옵니다 풀포기 사이에 잠든 벌레 둥지마다 안긴 새들의 행복 밤은 얼마나 많은 애정들을 비단 보자기로 가리웠나이까 강물에 어른대는 황홀한 불빛 어느 그리움이 밟아가는 신비이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