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 사랑을 느낄 때... 110

그러나 애인은/ 정숙자

그러나 애인은 정숙자 애인은, 금세 날아가 버리는 향수 애인은, 헛웃음 치는 꽃 뜻밖에 불어와 뜻밖에 지는 애인은, 바람보다 허무한 바람 그러나 애인은, 늘 맑은 우물 끝없는 추억이 거기에 솟고 끝없는 눈물이 거기에 괴고 끝없는 서정이 거기 비침에 -전문(p. 107) ---------------------- * 시집 『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 1993. 12. 31.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그리워서』『이 화려한 침묵』, 한국시인협회 & 한국문인협회 회원

소년/ 정숙자

소 년 정숙자 소년! 이 영원한 신비와 흥분을 떼어놓고 어떻게 예술을 말할 수 있단 말이냐. 소년은 남성 이전의 인간이요, 봄날 아침의 장미꽃 봉오리이다. 소년에게는 남성과 어른과 어린이가 조화롭게 숨어 있어 그 분홍뺨 자체로 황홀한 예술이다. 덜 자란 수줍음 속에는 온화함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분노 속에는 정의와 용맹이, 두근거리는 동경 속에는 왕관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사랑이 숨어 있다. 내가 소년을 사랑하는 까닭은 미개봉의 가능성 그 무한한 세계의 가능성 때문이다. 한 소년의 설레임과 머뭇거리는 미소를 고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나는 그를 전격 숭배하리라. 그러나 신에게조차 그 능력은 결여되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의 모습만큼 나를 가슴 아프게 하는 예는 드물다.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