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

눈물/ 문화빈

눈물 문화빈 꼭 껴안아주세요 동요 가득한 입술에 일렁이던 파도 나는 당신을 일그러지게 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거친 열망 달콤하고 모호했던 화학작용 시원한 눈매, 아름다운 턱 선이 밑면에 닿는다 맥주 거품처럼 무서운 속도로 허물어지는 당신, 보이지 않는 이마를 잡는다 하얀 거품이 내 몸속으로 침투된다 나는 모든 하루로부터 소외된다 -전문(p. 137) --------------- *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에서/ 2023. 12. 26. 펴냄 * 문화빈/ 202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파이(π) 3.141592...』

상흔(傷痕)/ 나채형

상흔傷痕 나채형 기생 논개제가 있던 음력 9월 9일 외삼촌댁 워리가 생을 마쳤다 그날 한 사춘기 소녀의 왼팔에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혔다 열다섯 어린 소녀는 마당에 걸린 불구덩 화덕 옆에 셋째 동생과 막내 동생이 쪼그려 앉아있는 헛것이 보여 조바심 들었다. 행주를 든 양손은 용광로를 들고 정지 문턱을 넘어서 바닥에 놓는 순간 얇은 먼지 합판에 걸려 넘어졌다. 앗! 뜨거워! 비명과 함께 지옥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걷어 올린 나일론 옷소매 시뻘건 기름덩이 살가죽은 훌러덩 벗겨지고 일그러졌다 찢어지는 절규의 비명에 뛰어나온 집주인아주머니 품에 털썩 안겨 시집 못 가면 어떡해요? 悲嘆의 눈물을 흘린 철부지 "괜찮아 시집 갈 수 있어 오늘 니가 쎠댔구만!"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셨다.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