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火葬 이영주 여인이 강가에 앉아 탯줄을 태우고 있습니다 아이의 목을 휘감던 탯줄을 잘라내고 하얗게 질린 아이의 영혼을 먼 땅으로 보내기 위해 여인은 바구니를 띄웁니다 두 손을 모으고 폭염에 달아오른 별을 빨아들이다 툭툭, 붉은 물집이 터지는 여인의 뒷목 알 수 없는 주문이 물살에 떠밀리며 휘청거립니다 타오르던 연기가 올라가 박힌 뜨거운 별들 까맣게 물들어가는 하늘의 흉터들, 여인이 불러낸 주문은 흉터 속에 봉인된 채 함께 썩어갑니다 어디론가 떠밀려간 바구니의 목을 휘감고 두꺼운 꼬리를 탁탁 내리치는 거친 물살 온몸이 점점 녹아가는 여인은 불구덩이를 끊임없이 쑤셔댑니다 얼굴 없는 아이가 불길 속에서 웃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걸어온 지친 소가 강물에 머리를 담그로 자갈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열에 들뜬 콧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