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243

문학의 빛이여! 자연의 등불이여!/ 신달자

문학의 빛이여! 자연의 등불이여!      신달자    하나의 손 위에  하나의 손이 겹친다  다시 하나의 손 위에  하나의 손이 와 하나가 된다  그 하나의 손을 따라  우루루 해가 따라 온다  달이 따라 온다 별이 따라 온다  따라와 새로운 우주 하나 우뚝 선다  그 우주 위로 천만 개의 눈을 뜨는  새벽 여명이 열리고  기우는 저녁노을이 천만 개의 산을 물들이고  꽃불로 활활 타오른다  오! 눈부신 응집력이여  산을 데리고 오고 바다를 데리고 오고  하늘을 땅을 나무를 꽃을  그리고 사람들의 세상을 가져오는 빛이여!  사람의 길을 열고 사람의 꿈을 향하여 달려가게 하는  그래서 드디어 의지의 탑 하나를 세우는 이여!  여기 소중한 일 하나 이 시..

권두언 2024.04.24

인사드립니다/ 김후란

인사드립니다 김후란 2024년 평화의 서기 어린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2001년 10월 26일 개관한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 서울」'은 소식지를 매달 한 호도 거르지 않고 발간해 왔으나, 지난해 9월호 제263호를 끝으로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이었음을 양해하시기를 바라며, 올해부터는 사정이 허락되는 대로 속간을 하려 합니다. 따뜻한 격려의 성원을 바랍니다. ▩ (p. 2) 자연을 사랑하는 · 「문학의 집 · 서울」 이사장 김후란 ------------------------------------ * 『문학의 집 · 서울』 2024. 1월(264)호

권두언 2024.04.24

앤솔로지, 꽃잎을 모은(전문)/ 임승빈

앤솔로지, 꽃잎을 모은(전문) 임승빈/ 본지 주간 『딩아돌하』가 벌써 통권 제70호다. 편집진은 이 일흔 번째의 발간에 의미를 두어 특집을 엮자고 했다. 지금까지는 5년(제20호), 10년(제40호)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곤 했는데, 18년째인 제70호를 기념하자고? 어느 한 호 쉬운 적이 없었지만, 열악한 재정 형편 속에서 편집진도 어지간히 힘이 들었나보다.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오래 전, 어느 자리에서 나는 '시는 꽃잎으로 만든 폭탄'이라 말한 적이 있다. 꽃잎을 모아 만든 폭탄이 우리 머리 위에서 터지고 또 터진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그래서 우리는 시를 쓰고, 또 읽는 게 아니냐는 취지였는데, 좌중의 몇은 그게 누구의 말인지를 궁금해 했다. 분명..

권두언 2024.04.13

『서울문학광장』을 열며/ 권용태

『서울문학광장』을 열며 권용태/ 시인· 서울문학광장 이사장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임원진들과 회원님들의 가정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한국 문단의 위상을 더 높이고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열어갈 「서울문학광장」의 출범은 명실공히 범문단적인 신뢰와 소통의 광장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를 갖습니다. 2001년 10월 설립된 사단법인 의 창립 정신과 목적을 계승하는 가운데 한국문단 전체를 아우르는 여러 활동을 통해 문인과 시민, 특히 청소년들과의 교감을 넓혀 우리 문학의 진면목을 널리 알리고 자아실현과 상생의 기풍을 진작해 나가고자 합니다. 사단법인 「서울문학광장」은 한국 문단의 구심점이자 보금자리로서 문인들에게는 보다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낳을 수 있도록 창작의욕을 북돋우고 독자들에게는 ..

권두언 2024.04.09

노자(老子)와 워즈워드의 자연관(부분)/ 김동수

부분 노자老子와 워즈워드의 자연관(부분) 김동수/ 시인 · 본지 발행인 노자는 주나라의 장서실에서 주하사柱下史의 일을 맡아 많은 책을 열람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정치권력을 둘러싼 인간의 온갖 추악상을 다 목격하게 되었다. 이 무렵 공자가 주나라에 가서 노자에게 예禮에 대해 물었다. 이때 노자는 공자의 허명과 교만을 지적하고, '군자는 올바른 때를 얻으면 자리에 나아가고, 때를 얻지 못하면 떠돌아다닌다.' '뛰어난 상인이 값진 물건을 감추듯, 군자는 덕이 있어도 겉모습이 바보같이 보인다.' 그대는 '세상을 구제하려는 야망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70세 경에 노자는 진秦나라로 가서 은둔할 것을 결심하고 황하를 건너가게 되었는데, 그 때 그곳의 수문장인 윤희가 "선생님께서 저를 위해 저술을 해주십시오."..

권두언 2024.04.03

미래서정, 열두 번째의 의미, 어디로 가란 말이냐(전문)/ 정혜영

미래서정, 열두 번째의 의미, 어디로 가란 말이냐 정혜영/ 시인, 서정시학회 회장 『미래서정』 열두 번째 앤솔로지다. 열둘, 의미 있는 숫자이다. 소년이 소년이 아니게 되는 나이. 마그네슘(Mg)의 원자번호. 탄소의 원자 질량은 12, 이것은 다른 원소의 원자 질량 지정의 기준이 된다. 연필 한 다스는 12자루, 12월은 그레고리력의 마지막 달, 올림포스 12신. 예수의 열두 제자. 음악에서 한 옥타브는 12개의 반음 간격이다. (피아노 건반이 열두 개라는 뜻) 12는 완전한 주기. 우주의 질서를 상징한다. 3×4=12에서 3은 신, 4는 인간을 의미해 12는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의 조화를 의미한다.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서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는 땅의 토질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 ..

권두언 2024.03.28

고대의 향가 현대의 향가(부분)/ 고영섭

中 고대의 향가 현대의 향가(부분) 고영섭/ 시인 · 문학평론가 ·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前略···) 고려의 혁련정赫連挺은 균여均如(932-982, 50)의 「보현십원가」 11수를 『균여전』에 수록하였고, 일연은 『삼대목』 내지 당시까지 전해지던 향가를 선별한 14수를 『삼국유사』에 담아내었다. 그 결과 향가는 25수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향가연구가인 김영희는 향가 창작법 형식에 따라 「공무도하가」「황조가」「구지가」「비형랑가」「지귀가」「요석공주가」「해가」「지리가」「판니가」「완산동요」, 그리고 고려 예종이 태조 왕건이 견훤과 싸울 때 왕을 대신해 죽은 개국공신인 장수 신숭겸申崇謙과 김락金樂을 기려 지은 「도이장가悼二將歌」 1수까지 포함한 향가 11곡 발견 보고서를 통해 향가를 36수로 집..

권두언 2024.03.07

계간『시로여는세상』2022-봄(81)호_재창간사(부분)/ 김용옥

中 차 한 방울이 기억의 거대한 건조물로(부분) 김용옥/ 시인, 본지 발행인 책상 위에 두 권의 책이 놓여 있다. 2022년 『시로여는세상』 봄호 창간호와 2021년 겨울호가 그것이다. 두 책 사이에는 긴장과 난맥이 얽혀있는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내재한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이 그동안 많은 문예지의 경우 하나의 유기체로 활발한 대사운동 끝에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면서 크게 진화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했다. 『시로여는세상』이 문학의 자장 안에서 2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한결같은 지원과 애정을 주신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이제 발간 20년을 지나 ··· 다시 한 번 창간사를 복기하며, 앞으로도 『시로여는세상』은 모든 생명체가..

권두언 2024.03.01

isseu 비등단/ 채상우

isseu 비등단 채상우 이번 호 이슈에 시론을 게재하는 시인들은 따로 등단하지 않고 파란에서 첫 시집을 발간하였거나(서호준, 김누누, 임후, 이효영, 이유야) 곧 발간 예정인(이재영) 이들이다. 그리고 산문을 실은 윤유나 시인도 이들과 같은 경우다. 그런데 이들을 두고 '비등단 시인'이라고 지칭하는 일은 뭔가 꺼림칙하다. 시집을 발간했다면 그 순간 등단했다고 셈해 주기 때문이다. 그보다 '시인' 앞에 등단 여부를 적는 일도 참 겸연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비등단 시인'이라고 감히 불러세우는 이유는 '비등단'이 환기하는 여러 맥락 때문이다. 물론 그 문맥의 대부분은 곧장 '문단 권력'과 같은 정치적인 쪽으로 눈길을 옮길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언제나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좀 비켜서 ..

권두언 2024.02.18

한용국_내가 만난 '현대'의 눈(발췌)/ 모종의 날씨 : 김언

中 모종의 날씨 김언 설마, 하고 눈이 왔다 아닌가, 하고 진눈깨비 내렸다 정말이지, 하고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함박눈, 나는 먼 길에 서서 독백하는 사람과 자백받는 사람의 표정이 저러할까 싶은 표정으로 같은 하늘과 다른 구름을 지켜보았다 그는 불어왔다, 불어 갔다 날씨보다 정치적인 것은 없으므로 그의 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일러 주는 많은 밤은 거짓말이었다 설마? 하고 눈이 왔다 아니지? 하고 아지랑이가 피었다 그가 어떤 모자를 썼던가? 빨간. 그가 어떤 말을 하던가? 푸른. 정말이지, 그는 내일 강연할 증거가 하나도 없다 그는 마치 그림자가 다가오듯이 나를 대한다 언젠가 사람들이 눈물을 그치었다 생각하는 오늘 같은 밤이 또 있을까? 물론. 별은 그가 반짝인다 - 시집 『거인』, (문예중앙,..

권두언 2024.02.18